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때,
붉은색이라는 말만으로는 표현하긴 힘든, 쨍하고 맑은 태양빛 표지의 색감과
표지의 촉감, 묵직한 두께에 놀랐고,
다큐 한편을 보는듯 당시 현장의 생생한 사진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기록들에 또 한번 놀랐다.
너나 할것없이 광화문에 모여 촛불과 함께했던 작년 겨울,
한 목소리로 외쳤던 우리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쓰여진 것 같았다.
현대사 사전 처럼 우리가족과 오랫동안 함께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장 한장 펼칠때마다
바쁜 일상을 살아내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1년전 오늘의 표정이 생생히도 느껴졌다. 눈오는 어느 촛불집회날의 장면, 참여한 국민들의 목소리, 모르고 놓쳤던 주요 일지들, 발표문들을 때론 반가운 마음으로, 때론 복습하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한국의 평화적 시위를 높이 평가한 각국 외신들의 반응과 세계 각지의 교민들의 촛불집회의 사진들을 모아둔 부분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기억하는 이래로 이렇게 대한민국이 한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냈던 적이 또 있었을까. 5000만 국민들 중 1700만명이 참가했던 역사적 사건의 모든 순간과 장면들을 기록했다는것 하나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뉴스와 신문을 통해, 또 광화문에 함께하며 이 모든사건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우리 아이들은
이 역사적인 순간에 자신도 촛불을 들고 함께 있었다는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근현대사를 좋아해서 역사학자가 되는것이 꿈인 막내는, 나중에 자신의 자녀들에게 이 책을 읽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게 자랑스러워 하도록 하겠다고.
아이들이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쳤던 그날들의 기억을 계속 안고 자랄 수 있었으면 한다.


'이게 나라냐' 라는 슬픔과 분노를 '이게 나라다' 라는 희망으로 바꿔낸 우리들.
광장의 촛불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으나
1,700만 촛불의 빛과 함성은 내 안에 살아있다.
새로운 삶의 혁명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