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한 ‘순리‘는 현실이 되고 보니 순하기보다는 독하고 어떤 이치를 따라야 할지 복잡하기만 했다. 억지로엄마를 설득해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 P6
태어나면 누구나 자기 똥오줌을 남에게 의탁하는 시간을 거친다. 무조건이다. 어떤 때는 내가 의탁하고, 어떤 때는 내게 의탁하고. 뭐, 공평하네.
- P10
병원에 갈 때마다엄마는 의사에게 본인의 증상을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번번이 의사는 엄마의 말을 들을 새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대학병원 C의 의사는 처음부터 달랐다. 엄마의 말을그리고 내 말을 중간에 탁탁 끊어 먹지도 않고, 시종일관 자판만쳐다보고 있지도 않고,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 P26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만약에‘의 구덩이와 ‘했더라면‘의 산을 피할 수 없다. ‘만약에‘의 구덩이에 빠지고 ‘했더라면‘의 산에서 뒹구는 사이 후회는 쌓여 갔다.
- P42
슬픔에 빠져 있기보다 남은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보내자고.
슬플 새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즐거움이라니. 나는 내뺄 생각뿐이었는데 말이다.
- P44
슬픈 건 슬픈 거고, 애틋한 건 애틋한 거고,
짠한 건 짠한 거고, 지금 그것만큼 중요한 건 집 안에 가득 찬 묵은 때를 닦아 내는 것이다.
- P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