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로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를 좋아한다. (좋아할 뿐 잘하지 않는다.) 잠시지만 한 악기를 더 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로 베이스기타. 지금도 베이스기타의 음색을 들으면 다시 쿵쿵쿵 한다. 베이스를 배우고 연주하던 시절은 내가 너무도 바쁜 시절이었다. 그냥 바쁜게 아닌 너무도 너무도 바쁜 게 오래 가면, 사람은 말라가고 체력은 떨어지며 마음도 말라가게 된다. 엄청나게 예민해지고 그 어떤 것에도 여유가 없어진다. 그러니 엄청 엄청 엄청 바쁜 건 일종의 악이다. 그 시절에 베이스를 하려했으니 이 얼마나 사치인가. 그럼에도 난 당시 swing G1을 샀고 학원에서 조별모임처럼 구성된 밴드에도 참여했었다. 첫 해 공연은 쉬운 곡으로 그럭저럭했으나, 두 번째 해 공연은 세 곡중 한 곡이 폭망했다. 잠을 못 자고 연차를 어렵게 내서 밴드 모임에 갔지만, 그때서야 나는 베이스가 당시 내게 사치인 걸 알았다. 베이스 연습을 그만두고 집 구석에 처박아뒀다. 그리고 십 년이 흘렀다. 아직도 베이스 선율이 좋은 음악을 들으면 반해버리지만 차마 악기를 다시 볼 생각을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집정리때엔 드디어 집에 처박아둔 베이스 기타를 놓아주기로 했다.
🎸 그러다 인스타 피드에서 독립서점들이 이 책을 올린 걸 봤다. 세상에. 밴드하자라니. 그리고 귀여운 캐릭터 표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내 구석에 아무도 몰래 숨겨둔 실패한 사랑에 대한 미련이니까. 책은 만화로 구성되어 쉽게 밴드 입문을 설명하려한다. 그러나 정말 밴드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교양삼아 보고자 하는 왕왕왕 초보에게는 무슨 소리인지 모를 말이 많다. 분명 만화인데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 밴드는 하지않지만, 그게 그랬던 거구나 하며 신기하게 읽었다. 설명을 위해 좋아하는 곡이 나오면 괜히 반가웠다. 퍼즈의 설명을 베이스 존재감을 극대화 해준다며 사운드를 헤비하게 해 준다고 하며 MUSE의 Hysteria를 예로 들었다. 아, 이 노래는 나의 망할 애증의 구리 Life시절, 열 받을때마다 장자못 한강 공원을 가던 길에 듣던 곡 아닌가. 이 책을 추억과 잃어버린 사랑으로 읽었다.
🎸 하지만 이 책은 의외로 지루할 수 있다. 그대가 밴드에 관심이 없다면. 그리고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난 어려웠다. 그럼에도 작가분들이 정말 애정을 가지고 오랜 시간 책을 만들었다는 것과 밴드를 사랑한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사랑을 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