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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님의 서재
🚲 동네를 산책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항상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이 천천히 걷던 어느날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다정하게 눈에 들어온 것들을 무심히 편안히 관찰하다가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산책은 무겁지 않고 술술 가벼운 이야기지만, 그곳에는 가리워졌던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마음이 들었다.

🚲 특별히 시선을 붙잡았던 이야기. 왜 나는 나보다 어른들이 엄마, 아빠가 없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을까. 사실 맞지. 나이가 있으니까. 다들 엄마아빠가 있었고 유년시절이 있었다는 게 당연하면서도, 그리워져 슬펐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갔을 때 대문 앞에서 ˝엄마! 엄마!˝ 소리쳐 불렀다. 엄마의 대답이 들리지 않으면 빈집인 것이다. 엄마가 없으면 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 열린 대문이어도 선뜻 우리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툇마루의 시커먼 그늘아래에는 무서운 괴물이 나를 기다렸다가 엄마가 없는 틈을 타서 잡아먹을 것 같았다. 71p 글_썽)

🚲 나와는 달라서 시선이 가던 이야기. 백송희 작가님의 글은 산책을 하는 이야기에서 약간의 우울함도, 빛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청춘도 느껴진다. 편의점 키워드에서 알코올중독이라기엔 억울하고 할 말이 많다며 소주를 사는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 한 말이 언뜻언뜻 보인다.(그곳에는 항상 나와 비슷한 외로운 나방들이 있었다. 배가 굶주린 건지 사람에 굶주린 건지 모를 나방들과 같이 뱅글뱅글 몇 바퀴를 돌다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나왔다. 
86p 백송희)

🚲 열네 분의 조금은 많다 느껴질 공동저자가,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무려 오십여 개의 동네 산책에서 만날 만한 키워드를 가지고 나누어 글을 썼다. 그러다보니 각 글은 강렬함을 담아내기엔 분량이 적고 일상에 가깝다. 일상을 담아낸 글. 이 말은 각자의 취향과 경험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지 모르는 표현. 그러나 일상이라해서 그저 잔잔한 글은 아니다. 울컥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며, 답답하기도 하다. 산책은 원래 일상적인 시간에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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