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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타루가 끄덕거렸다.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선생님이말하는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인 것입니다. 그뿐이죠."
리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언제나 그렇죠.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싸움을멈추어야 할 이유는 못 됩니다."
- P190
"그 모든 것을 누가 가르쳐줬나요, 선생님?"
대답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가난입니다."
- P191
"그런데, 타루." 그가 말했다. "뭣 때문에 이런 일에 발 벗고나서지요?"
"저도 모르죠. 아마 제 윤리관 때문인가 봐요."
"어떤 윤리관이지요?"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 P193
그러나 인간들은 다소간 무지한 법이고 그것은 곧 미덕 또는 악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고서, 그러니까 자기는 사람들을 죽일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 따위의 무지의 악덕인 것이다. 살인자의 넋은 맹목적인 것이며, 가능한 한의 총명을 다하지 않으면 참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는 법이다.
- P195
아마도, 적어도 초기에는,
분명히 이런 식의 처리가 가족으로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해친다고들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페스트의 유행 기간 중,
그러한 감정의 고려는 염두에 둘 수가 없었다. 즉, 모든 것을효율성을 위해서 희생했던 것이다. 
- P254
무시무시한 불행은 오래 끌기 때문에 오히려 단조로운 것이다. 그런 나날을 겪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페스트를 겪는 그 무시무시한 나날들이 끝없이 타오르는 잔혹하고 커다란불길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발바닥 밑에 놓이는 모든 것을 짓이겨버리는 끝날 줄 모르는 답보 상태 같아 보이는것이었다.
- P262
처음으로 그들 생이별당한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헤어져 있는 사람 얘기도 하고, 제삼자 같은 말투를 쓰기도 하고,
자기들의 생이별 상태를 전염병의 통계 숫자와 똑같은 시각에서 검토해보기도 했다. 그때까지는 자기들의 고통을 한사코집단적인 불행과 떼어서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두 문제를 섞어서 생각해도 좋다고 여기게 되었다. 기억도 희망도 없이, 그들은 현재 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실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현재로 변해버렸다. 페스트는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의 능력을, 심지어 우정을 나눌 힘조차도 빼앗아 가버리고 말았다는 사실도 말해야겠다. 
- P265
그것은 끝이 없는, 동시에 환상도 없는 똑같은 체념이고 똑같은 참을성이었다. 다만 생이별에 관해서는 그 감정을 천배 이상의 단위로 확대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생이별은 또 하나의 굶주림이긴 하지만 그것은 모든 것을 다 집어삼켜 버리는 굶주림이니 말이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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