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리스가 엄청 유명한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완독을 한 건 이번 책이 처음이었다. 그런 책이 아마도 많겠지. 읽었다 생각했으나 읽지 않았던 책. 나는 앨리스를 몰랐었다. 아니 얘는 왜 이렇게 겁이 없는가. 난 앨리스가 우연히, 어쩌다, 운이 없어서 그런 모험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해 왔다. 오해였다. 지팔지꼰. 앨리스는 처음부터 신기한 일에 익숙해져 평범한 일은 시시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당연히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케이크를 먹어치우기도 한다. 그리고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상황을 버거워하면서도, 본인에게 일어날 일을 재미있어 하고 궁금해한다. 알고보니 앨리스는 맨탈 갑오브갑이었다.
🐰 그리고 고양이는 시크하지만 정말 필요하고 맞는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토끼랑 하트여왕만 어릴 때 기억에 있었는데, 고양이는 은근 매력있는 캐릭터. 이걸 몰랐다. 미친 사람들이 있는 곳이 싫다는 앨리스에게 시크하게 말한다. 나도 미쳤고 너도 미쳤다고. 자신이 미친 걸 어떻게 아냐는 앨리스에게 쐐기를 박기도 한다. ˝넌 미쳤어. 안 미쳤으면 여기 올 리가 없거든.˝ 아, 나 현실에서 이런 친구 만나고 싶다.
🐰 의외로 은근 지금과 비슷한 세계관을 발견하고 놀랐다. 앨리스는 개인적인 일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아주 무례한 짓이라며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또 교훈을 항상 찾는 자에게는 어쩌면 교훈이 없을 수도 있다며 겁도 없이 대꾸한다. 예의가 없어 보일수도 있는 앨리스의 이런 발언들은 너무 선을 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게끔 한다. 하지만... 나는 앨리스가 될 수 없다.
🐰 작년 7월에 읽은 책인데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가, 2월 모임에 앨리스를 읽는 모임이 있어서 뒤늦게 남기고 있다. 2월엔 다른 출판사 버젼으로 읽어봐야지. 사실 내게 앨리스의 이미지는 디즈니 버젼의 노란머리, 머리띠. 파란 원피스, 하얀 앞치마. 딱 그거였다. 이번 책은 일러스트가 너무 예뻤다. 그래도 내게는 앨리스는 여전히 어린 시절 그 버젼. 럭키비키의 앨리스. 2월 모임에서 더 나눌 걸 기대하며 작년 7월의 앨리스 정리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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