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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맞다. 내가 진료 중이었지
어느 어리버리 정신과 의사의 비밀일기
노현재 (지은이) 독립출판, 2024-07-17, 168쪽, 에세이

🐥 표지나 제목만 보고도 끌리는 걸 넘어서 꼭 읽어보리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노란 표지에 곰인지 토끼인지 모를 귀요미(책을 읽다 보니 작가님이었다는.)가 어리바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실제 책 내내 스스로를 어리바리라고 하는 작가님의 귀여운 변명과 메타인지의 장이 나옴). 거기에 제목은 심상치 않다. 정신과 의사의 비밀 일기라니. 정신과 의사의 본인 얘기를 듣거나 시청하거나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 책을 읽기 전에는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한 걸까, 정신과 의사를 지원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다른 전문의와 다를 것 같은 학업 과정과 레지던트 과정의 흥미진진함을 엿볼 수 있겠지, 아니 개원은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환자들이 많이 올까 등 아주 현실적인 궁금함이 있었다. 그래, 그랬다. 다소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가진 분의 에세이라니, 속물적인 궁금함이 나의 순수한 질문이자 설렘이었다. 이런 부연 설명을 사전에 깔아둔다는 것의 의미는 예상되듯이 그것이다. 이런 음흉한 자가 가지고 있던 기대에 부응하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아니, 난 정신과 의사의 직업이 궁금했는데 말이지.

🐥 대신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의 전형적으로 차갑고도 이성적인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도 말한다. 작가님 표현대로라면 뒤쪽 책날개에 나온 xx하고 xxxx한 의사의 모습. (정답은? xx에 들어가는 단어가 궁금한 분은 책 본문 전체와 끝맺는 글을 확인하시면 된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작가님이 이러셔도 괜찮나 싶었다. 이렇게 ADHD와 우울증, 일상의 모습을 까발리는 자기 모습에 환자가 신뢰를 안 가져서 줄어들면 어쩌나 하는. 그런데 작가님 표현대로 아파야 설움을 알고, 환자의 설움을 아는 의사의 성실과 노력은 분명 공감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책 끝 맺는말처럼 결국 이 일기는 정신과 의사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된다. 정신과 의사의 직업이 왜 결국 우리의 일상이 되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권한다. 힌트를 드리자면 책에 나온 부분 중 나 또한 항상 마음에 놓고 있던 부분을 요약해 본다. 삶은 너무도 복잡해 정답이라는 게 있기보다, 그저 우리는 서로를 들려주고 들어줌으로 각자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며 삶을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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