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흰 봉투가 날아와 계약 종료 통지서나 처음 들어보는 병명의 진단서를 덜컥 내놓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걸까.
- P133
‘메이드인 차이나‘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대륙의 저편에있는 금형 공장과 달아오른 기계, 기름때가 묻은 러닝셔츠를입은 중국인 혹은 중국인이 아닌 누군가, 그가 점심으로 건져올리는 이름 모를 하얀 국수가 떠올랐다. 젓가락을 쥔 손가락들을 상상하니 어쩐지 탓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 P141
초라하게 사라진 나라들조차 폐허 어딘가에는 영광을 남기는 것처럼 그 연애들에도 부정할 수 없는순간은 있었다. 연애가 망하더라도 사랑은 망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 P142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 P143
하지만 눈 내리는 12월 31일, 로나가 진부하지만 엄연한 가난 앞에발걸음을 멈췄을 때부터, 천 명의 손을 거쳐 붉은 도브가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의 이야기에는 효율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메시지가 있다.
- P201
시계판 뒤에 무슨 장난과 음모가 있든 살아야 할 시간이 많았다. 어쩌면 서핑을 배울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 있을지도 몰랐다. 왜 시도도안 해봤을까. 나도 파도를 탈 수 있지. 그래, 나는 파도를 탈수도 있어.
- P234
버리려면 들어야 했다. 버리는 것과 떨어뜨리는 것은 아주 달랐다.
- P249
여러 위험을 평가해보면 문을 열어두고 잔다고 아침을 맞이하지 못할 확률은 극히 낮았다. 낮음과 없음은 다르다. 낮음은없음이 아니다. - P269
누구도 누구를 치유하기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마음의 상호확증파괴다.
- P295
‘규범‘ ‘정상‘ ‘평균‘ 같은 억압적 개념들에서 평범함을 떨어뜨려놓을수록, 평범함이 얼마나 다양하고 비일관적이며 풍부한 것인지 볼 수 있게 된다.
- P307
따라서는 미학적이고, 문학은 정치적이지만 정치와 문학은 다법정에서 다른 태도로 평범함과 관계하는 것이다.
- P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