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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서의 서재
  • 알싸한 기린의 세계
  • 작가1
  • 16,200원 (10%900)
  • 2022-07-18
  • : 1,232

작가일님의 신작 <알싸한 기린의 세계>를 선물 받았습니다. 화제의 데뷔작 <탈코일기>가 연재를 거쳐 출간되는 과정을 트위터에서 함께 지켜보았으며, 한국 여성주의 역사에 유의미한 기록을 남긴 펀딩 참여자라는 것도 독자로서 자랑스러운 기억입니다. 




후속작인 <B의 일기>도 매우 감명깊은 작품이었기에, 작가일님이라는 크리에이터와 그 창작물에 대해 든든한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늦게나마 인스타 계정을 구동하고 팔로우를 하게 되면서, 날카로운 비판이 돋보이는 작품을 통해 갖게 된 작가일님에 대한 개인적인 선입견이 완전히 풀리는 경험을 했어요. 잘 짜여진 가상의 작품과 캐릭터들이 아닌, 우리가 공유하는 현실과 보다 수월하게 통풍하는 인스타툰에서 작가일님은 훨씬 친밀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그러나 동시에 더욱 직설적으로 이 시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 주고 계셨어요. <알싸한 기린의 세계>는 바로 그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이민경님의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가 최초 출간되었을 때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그 적절한 제목과 내용에 동감했었는데, <알싸한 기린의 세계>를 보면서도 다시 그와 비슷한 감상이 들었어요. 작가일님의 전작들을 몰라도, 거창한 사회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들의 연작 속에서 과연 우리가 그런 상황에 마주쳤을 때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그 정당한 분노를 터뜨리며 또 삶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지,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어조로 독자를 이끌어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미하기 어려운' 시대이면서 동시에 '페미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여자들이 부정적인 감정만을 원동력으로 삼아 전투적으로 소진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지, 이 길고 꾸준한 억압의 시스템에서 여자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자신을 지켜내며, 마음의 짐을 벗고 앞으로 향하는 또 다른 발걸음을 가볍게 내딛을 수 있는지, 믿음직한 친구처럼 알려줍니다. 




<탈코일기>가 이 세상에 나올 시절의 뜨거운 열기와 폭발력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현재 역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온도는 다소 실망스러울지 모릅니다. 과격과 환멸의 시기를 지나치며 '지속 가능한 페미니즘'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는 이 책이 뜻밖의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만난 이 세계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해 주는 다정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 누구보다 뜨거웠던 그 사람일 때, 우리가 여전히 이 알싸한 세계를 함께 헤쳐 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줍니다. 엄청난 백래시를 겪으면서 '과연 이 현실이 어떤 가치가 있을까?'라고 실망과 의구심이 들 때, '우리가 함께해서 이만큼이나 왔다.'는 자축과 격려의 목소리를 듣자 비로소 같이 서 있는 많은 자매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우리는 정말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좋은 책을 내 주신 작가일님, 도서출판 밝은세상과 든 출판사에게 감사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확신에 찬 목소리가 가 닿기를 바랍니다.

"전 사실 우리 모두가 매 순간 이런 연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까지 이런 변화를 이끌어 냈을 때가 있었나? 아뇨. 비로소 때가 다가왔어요. 이제 우리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다시 만난 이 세계에서."-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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