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마지막은 없어”
우리는 살아가면서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자신에게 묻는다.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표정부터가 다르다. 그들은 그 일이 재미있고 즐겁다고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서 가장 먼저 충족되어야 할 욕구가 생리적인 욕구이다. 의·식·주가 해결이 되어야지 그 다음 단계인 안전의 욕구로 나아갈 수 있다. 신체적인 안정감을 이루어야 3단계인 사회귀속의 욕구로 이어지고 마지막 단계인 자기실현의 욕구까지 다다를 수 있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실현의 욕구이다. 자신에 대한 배려와 즐거움을 삶의 최우선으로 정하고 그 외의 다른 것들은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들에게 현실은 현실일 뿐이다. 그 다음 세대가 Z세대이다. 지금 10대를 이르는 말로 미디어와 IT에 능하고 스스로가 삶에서 최우선이 되는 세대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디서부터 그들의 생각을 읽어가야 하는지 모호하다. 그런 10대에게도 삶에 있어서 갈림길은 입시에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서 입시제도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 발임에 동시에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가늠해봐야 할 자기 점검의 기로인 것이다.
『닭치고 서울대』라는 책은 제목부터 끌렸다. 제목에서 나오는 아우라에 두 가지 목소리가 들린다. 입 다물고 서울대에나 가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진짜로 닭을 키우고 서울대를 가라고 큰 소리 치는 모습이기도 했다. 어쩌면 서울대라는 대학 이름이 가진 무게감에 더 끌렸을 수도 있다.
이 책은 뽕샘의 입시전략서이다. 뽕샘이 알려주는 입시 비법은 제법 괜찮다. 그리고 아주 현실적이다. 그런데 단순히 입시 전문 책이라기에는 책이 주는 메시지가 단단하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이 책에 스무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입시를 마치고 맞는 나이 스무 살과 스무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 우연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무기력함을 넘어 닭을 치면서 암탉의 서열, 집단따돌림, 먹이에 대한 반응 등을 통해 학습과 연관 지어서 반응을 살피고 유추하며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찾은 아이, 가난하지만 자신만의 오기로 삶을 역전한 아이, 자신의 특기적성인 예능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공부한 아이, 대학에 합격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입학식도 못해본 아이, 부모님의 바람대로 대학에 가야만 했지만 자신의 전공적합성을 찾은 아이 등등 우리의 주변에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실 사례로 나온다. 그리고 뽕샘의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가 더해져서 책에서 그 진심이 더 진하게 전해진다.
아직은 입시가 아이들의 성적을 판단하고 사회의 첫 발을 결정하는 수단이다. 입시의 무게감과 무거움은 이 책에 소개한 아이들처럼 자신의 전공적합성을 알게 된다면 조금은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준비하고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렵다 어렵다고 하면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나를 알고 나에 맞는 입시 전략을 세우면 그 싸움은 늘 승리일 것이다. 비록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더라도 일단은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된다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수능을 준비했을 때 이런 책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조금 부럽기까지 했다.
나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공부하는 방식을 이 책을 보면서 점검해 보기도 했다. 입시를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인생 공부도 이 입시 전략에 맞추어서 전략적으로 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공부가 시작된다. 뒤집고 앉고 서기를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타인을 모방하며 언어와 행동을 배운다. 학교를 다니면서 기본적인 소양을 익히고 사회에 나와서 사람을 통해 삶의 다양한 이면을 세부적으로 배운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삶이 그만의 역사로 기록이 되고 켜켜이 쌓여 자기 자신이 된다. 소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처럼 자신만의 자화상을 그리며 나답게 변모해 간다. 삶에 있어서 스스로에 대한 인식은 아주 중요하다.
입시전략서라고 읽던 『닭치고 서울대』가 읽으면서 점점 뽕샘의 진한 삶의 이야기가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응어리진 무엇인가를 털어내고 다시 채우며 그렇게 그는 진짜 선생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가 자신의 부모님을 소환한 추억의 부분들이 입시전략처럼 차곡차곡 쌓여 그의 삶의 전략이 된다. 나는 뽕샘의 전공적합성을 인생적합성으로 부르고 싶다. 아이들의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자 삶에 흔들리는 우리 모두의 부표이다.
나는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입시를 앞 둔 모든 10대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에게. 또 자신의 삶의 응어리를 품은 모든 이들에게 격하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 삶의 입시는 결국 매 순간 다가온다. 마지막에 마지막은 없다. 매 순간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