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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님의 서재
  •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
  • 안지은
  • 16,200원 (10%900)
  • 2022-12-14
  • : 102

 어릴 때 얇은 동화책 전집이 있었다. 글을 잘 모를 때는 그림 보는 재미로 글을 익혔을 때는 더듬더듬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익숙한 이야기에 질려 동화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때쯤 청소년을 위한 동화 원작을 소개하는 책을 접했다.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었지만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야기에 매혹되어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오다 글로 쓰인 동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시대와 공간에 맞게 변형되고 다시 퍼져나간다. 오늘날에도 이렇게 각색된 ‘오랜 이야기’가 인기가 끄는 것은 이들 속에 우리를 매료시키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욕망으로 읽는 밤의 동화>은 “욕망하는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라는 서두로 시작된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뒤늦게 동화의 매력에 빠져 3년 동안 동화 원작을 탐독하며 새롭게 포착된 장면들과 캐릭터들의 욕망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냈다.


  “동화의 매력 중 하나는, 인물들이 욕망을 추구하는 모습이 비교적 또렷하게 드러난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동화 속 인물들은 모두 욕망덩어리입니다. 적극적으로 자기 욕망을 드러내는 사람, 그로 인해 인생이 확 꼬이는 사람, 교묘하게 욕망을 숨기며 더 큰 욕망을 품는 사람까지, 동화는 우리 삶의 작은 축소판 같습니다.” (p.4~5)


  이 책은 “사랑, 인간 본성, 관계, 성장”에 대한 4개의 주제로 총 12편의 동화를 엮어냈다. 작가의 시선으로 자아내는 인물들의 욕망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현재의 고민과 맞닿는 질문과 만나기도 하고, 유난히 마음속에 남아 머릿속을 휘젓는 욕망과 마주하기도 한다. 각 동화의 마지막에는 주요 등장인물의 interview가 있어 이야기 속에서 표현되지 못한 각자의 심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의 그림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즐거운 감상을 도와준다.



 동화 중에 기억에 남는 편을 잠깐 소개한다. 첫 번째는 <신데렐라: 사랑을 도구로 신분 상승하고 싶은 욕망>이다. 신데렐라가 왕자와 춤을 추고 있는 무도회장의 한 장면 옆에 붉은 글씨로 “왜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건데?(p.17)”라는 질문이 적혀있다. 



난 신데렐라의 언니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캔디형 주인공 신데렐라를 열등감에 차 바라보는 시선. 분명 내가 더 좋은 조건인데, 왜 나보다 더 행복해보이니? 왜 내게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사실 내 감정은 내 책임인데,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던 때가 있었다. 그냥 어두운 감정을 무시하고 억눌러두어 지나쳐보기도 하지만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른 신디가 인생에서 한 번씩은 찾아온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나를 보는 것이지 신데렐라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신데렐라 덕분에 한 밤중 기억을 들춰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외에 흥미로웠던 점은 왕자와 요정의 비즈니스 관계였다. 마치 결혼정보업체의 담당자와 고객처럼. 요정의 인터뷰를 보면 꽤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왕자와 그 요구를 재치 있게 이루어주는 요정. “그 예산으로 왕자가 바라는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요정은 나밖에 없을 거예요.”(p.30) 너무 웃기다.


  두 번째는 <피터팬: 삶의 무거움을 던져 버리고 싶은 욕망>이다. 나에게는 평생 어린아이로 남고 싶은 욕망이 있다. 어렸을 때 누려야할 즐거움을 박탈당했다는 믿음이 마음 깊은 곳에 있어 즐거움의 충동을 잘 조절 못한다. 삶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성장을 택하겠습니까?”(p.264) 



  오롯이 나에게 던져진 질문 같았다. 의식적으로 성장하지 않고 즐거움과 재미만 쫓으며 어찌어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마음 언저리에는 무언가 걸리는 것이 항상 남아 있을 것 같다. 웬디는 피터팬의 제안에도 네버랜드에 남지 않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다. 그리곤 어른이 되었다. 창문 밖을 웬디의 시선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네버랜드 neverland의 ‘never'는 결국 머무를 수 없으며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어린 시절의 부사가 아닐까. 오직 피터팬만이 민트빛 바다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네버랜드의 영원한 주인일지 모른다.”(p.279)

“피터팬은 네버랜드에 살면서 가끔 세상으로 오고, 우리는 세상에 살면서 가끔 네버랜드를 꿈꾼다.”(p.280)


  잠이 오지 않는 밤 즐길 거리가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어렸을 적 추억을 소환할 수도 동화 속 인물에게서 평소 감춰두었던 자신의 욕망을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밤이라는 시간은 낮과는 달리 모든 것을 포용해주기에 불안, 스트레스, 이런 저런 고민은 잠시 내려두고 동화 속으로 잠시 떠나보시길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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