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메이는 요가 수련을 하기위해 온 인도에서 국가와 사회로부터 배제된 하층민들의 삶을 보고, 또 그 삶에 순응하는 사람들을 보고 분노한다.
저는 저에게 주어진 것들을 하나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내 삶에 도무지 순응할 수가 없는데, 현실적으로 나보다 나을 게 없는 저 사람들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왜 나만 이렇게 이 과정이 힘든지 저는 정말로 모르겠어요. p37
그런 메이의 외침에, 마흔의 케이는 삶이라는 것이 살면 살수록 뭔지 더 알 수 없게 되는 것 처럼, 이제는 그렇게 바라만 볼 뿐이라고 대답한다.
그것에 대해 판단할 여력이 없어서 그냥 바라보는 거죠. 인도를, 인간을, 그리고 나 자신을요. p38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자신에게 동정과 멸시를 함께 주었던 사촌 언니, 병약한 몸으로 태어난 자신의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신에게 순응했지만, 그를 곁에서 도왔던 메이를 언어 폭력과 어딘가 유출되었을지도 모르는 동영상을 찍었던 연인 요한. 절망 속, 고립된 상태에서 나타나 자신의 마음을 가져간 여행작가 케이.
소설은30대인 메이의 사랑과 삶의 방황을 그린다.
메이의 남은 30대가,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메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쓸 것이라고 케이에게 전하는 편지에 씀으로써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다.
메이야,
그렇지 않아도 걱정이 돼서 한 번은 연락하고 싶었는데 못하고 있다가, 이렇게 이메일이라도 보니까 안심이 된다.
...중략...
지난 이십 년 동안 여행만 하면서 살다 보니 눈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이번 겨울은 꼭 한국에서 지내보고 싶었어. 그런데 막상 오니까 춥기만 하고 그냥 그렇네······. 너는 거기서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p297,298
82년생인 작가는 올해로 꼭 마흔이 되었다. 그러고보면, 지난 20년간의 시간 속에서 방황하고 아팠던 자신과 그 시기를 지나고 있을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한 마디가 하고 싶었던 걸까.
인생과 사랑이 뭔지는 답할 수 없는 마흔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라고.
메이에게 답장을 보낸 케이의 마음처럼.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저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