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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unii님의 서재
  • 일상이 일심동책
  • 김수정
  • 12,600원 (10%700)
  • 2021-06-28
  • : 209

한 때는 책 읽는 행위에 목적이 필요했었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공부하듯 책을 읽었다. 그러다보니 목적을 달성하거나, 목적에 흥미를 잃는 순간 책 읽기를 관두었다. 그래서 내게 독서는 대부분 잘하면 연례행사요, 대게는 2~3년에 한 권 펼쳐볼까 말까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느 날 문득, 아무런 생각없이 책을 펼쳐보다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작가의 고민이 와닿은 적이 있었다.
삶에 대한 고민이 컸던 시기, 내가 하는 고민을 다른 사람도 하고 있다는 것, 나만이 이런 고민을 하는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 처음으로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씩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우선은 나의 취향 파악이 필요했다.

에세이로 시작한 나의 독서는, 에세이 속에서 언급된 소설로 옮겨갔다. 안그래도 독서와 담을 쌓던 시기, 번역서라면 질색을 했던 내가 처음으로 내돈 내산으로 읽었던 책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였다. 작가가 인용한 소설 속 문장을 읽다가 소설의 내용이 궁금해서였다.

그렇게 간간이 이어가던 나만의 독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대학로에서 가진 독서모임이었다. 책을 완독하지 못해서 독서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던 시기, 우연히 모임 책으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선정되었길래 처음으로 참석을 해봤고, 그 날 처음으로 같은 책을 읽고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것이 꽤 즐거운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모순의 존재다. 책 읽기 딱 좋은 조용한 집(내 경우는 방)을 마련해 놓고도 순간순간 외로음에 사무쳐한다. 그래서 굳이 책과 노트북을 바리바리 싸들고 카페로 간다. '책이 그렇게 좋다는 늬들은 책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지 않느냐'는 건 책 읽는 사람들을 잘 모르는 말이다. 그들은 책이 좋지만 사실 사람도 좋다. 사람이 너무 많은 게 싫고 내가 선택한 몇몇이 너무너무 좋을 뿐이다. 그런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 집, 혹은 서재나 책 읽기 딱 좋은 카페에 초청하는 건 그를 특별히 여긴다는 증거다. 당신은 나의 특이함을 이해할 수 있는 절대적인 사람이란 고백이다. 내 책의 궁전에 올 자격이 있는 그대라는 표현이다. p 140, 141

독서 모임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읽게된 책이지만, 이제는 내게도 일상이 되었다. 늘 어디를 가던 책 한권을 에코백에 넣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이삼 일에 한 번꼴로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리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좋은 책, 별로인 책 가리지 않고 SNS에 올리다보니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소통이란 걸 하게되었다. 팬데믹으로 여행과 만남의 자유가 제한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팬데믹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간다해도 이제는 그 때만큼 책에서 멀어질 수 없을 것 같다.

2020년 나의 계획은 1주에 1권 읽기였다. 당시만해도 1년에 52권을 과연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했었다. 2020년 11월까지 그 계획을 충실히 실천하다가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해봐야 겨우 1년에 52권을 읽는 거란 것을.

2021년을 시작할 때는 1달에 10권 읽기를 목표로 세웠다. 물론 그 목표는 매월 초과 달성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 마저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내게도 독서는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P.S. 미술을 전공한 작가의 책이어서인지 책과 관련된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림과 화가에 대한 짤막한 해설이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듯 하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저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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