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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앨빈 토플러는 한국에서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과 필요하지도 않을지식을 위해 매일 10시간씩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앨빈 토플러에게 쓴소리를 하게 만든 한국의
학벌중심의 사회는 시간이 갈수록 더 굳어져 가는 형세다. 아이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때가 아니라 이미
초등학교, 더 나아가 유치원 이전부터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 왜 이럴 수 밖에 없는가? 그것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좋은 직장을 얻고 그래야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부모들의 믿음 때문이다. 몇 년 전 유행했던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보여준 장면들은 단순히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실이었다.
이런 현실에서 “학벌이 좋은 직장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는 책이 있다. <사단법인교육의봄>에서 낸 <채용이 바뀐다,
교육이 바뀐다>는 책이다. 책에서는 현재
기업에서 채용을 어떻게 하고 있으며 어떤 수준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IT기업, 외국계 기업, 공기업, 은행업, 대기업 등 5개 기업군의 채용 상황을 조사하고 확인한 결과를 보여준다. 교육의 봄에서 진행한 11회의 포럼의 내용을 옮기고 그에 따른 심층토론까지
담아서 단순히 통계치를 보여주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책을 구성했다.
산업의 대세인 IT 기업의 경우 블라인드 채용과 더불어 스펙보다는
역량을 중시하고, 따라서 역량을 제일 잘 판단할 수 있는 현업 부서 중심으로 채용을 하고 있다. 앞으로 IT기업이 전체 산업의 40%까지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IT기업의 채용은 일반적인 기업 채용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기업의 채용은 학벌은 단순히 참고만
하고 IT 기업처럼 역량을 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
성적이 그나마 중요한 지표지만 3년 정도만 지나면 그마저도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학점 역시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부분 블라인드 채용으로 전환했다.
학벌, 전공, 학점을 지원 서류에 기록하지 않고
채용 전 과정에서 이런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공기업 채용 담당자들과 합격자들의 98%는
공정한 전형이라고 응답했고, 실제로 블라인드 채용 이후 SKY 출신
합격률이 떨어지고 비수도권 대학 출신 합격자가 늘어났다. 이제 민간기업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도 확산될 예정으로 보인다. 다만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이 법률적
지원에 의한 실시가 아니라 정부정책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정부에 따라 유지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금융권은 채용이 줄고는 있지만 50% 이상이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
필기시험의 비중을 높였는데 이후 SKY 출신이 감소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IT 인력을 대거 확충하기 시작한 것도
앞서 언급한 IT 인력 채용 방식을 따르게 되면 학벌 보다는 역량 위주의 채용으로의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출신학교 스펙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1/4로
줄었지만 1단계 서류전형에서 출신학교와 전공, 학점, 졸업 시점을 보고 1단계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의 기회
자체가 없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최근 대기업들도 정기 대규모 채용 대신 수시 채용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수시 채용을 도입한다는 것은 현업부서에서 지원자의 이력 포트폴리오와 경력을 토대로 필기 시험없이 면접으로 적합한
지원자를 찾겠다는 의미고 학벌을 서류전형 합격의 필수로 보는 것과는 다른 구조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채용과정에서 역량을 중시하는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AI 채용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업 채용 흐름에 따라 우리는 아이들의 학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역량은 내가 누군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토대로
지식과 기술을 쌓는 것에서 키워질 것이다. 역량은 초중고 시절에 키우고 대학에서 기술과 지식을 얹어주어야
하는데, 학벌을 중요하게 여겨 선행학습에 집중하는 현 교육방식에서는 역량을 키우기가 어렵다.
교육은 이제 역량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학벌이
중요하고 선행학습을 중요하게 여기는 학부모들이 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교육 현장은 쉽게 역량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내 아이의 부모들에게 권유하고 싶다. 돈을 많이 벌고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것이 행복한 삶이 아니라고 설득하지 못한다 해도, ‘이제 당신들이 생각하고 안정적인 직장들을
보내려면 지금과는 같은 방식의 교육은 아니다’라는 정도는 이 책을 통해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교육방식이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바뀐다면 빼앗긴 우리 아이들의 행복해야 할 순간도 조금씩은 돌아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