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션에 대해 교육도 받아보고 실제로 기관 등에서 퍼실리테이션을 진행해보기도 했지만 경험학습 퍼실리테이션이라는
말은 생소했다. 영국 경험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퍼실리테이션이라니 뭔가 이전에 경험한 퍼실리테이션과는
다른 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궁금해졌다.
기존에 내가 접했던 퍼실리테이션은 주로 실내에서 포스트잇이나 스티커, 전지
등을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경험학습 퍼실리테이션은 도전적인 외부 활동 등을 경험 도구로 사용하여 팀이나 리더십 등의 주제를 배우게 하는 것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좀 더 기반이 되는 이야기를 덧붙여 경험학습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험학습 퍼실리테이션의 특징은 ‘영국의
경험철학과 경험철학을 바탕으로 한 경험학습의 이론들이 퍼실리테이션이라는 단어와 만나 함께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경험학습은 … 기술과
지식만 전달하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반하여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단기적인 결과보다는 한 인간의 잠재력을
계발하여 진정한 변화와 성장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경험학습을 단편적으로 보면 자칫 아웃도어 활동으로만 여길 수도 있는데, 저자에
따르면 경험학습은 단순히 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의도와 목적을 가진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주어진 주제에 대해 실제적인 배움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
이 실제적인 배움은 ‘삶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지금의 나를 이룬다는 전체론적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것’까지 이어지는 것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한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장점은 경험학습 퍼실리테이션의 이론적 배경까지 알 수 있도록 학자들과 이론을 소개한다는 것이다. 경험학습 자체가 영국 경험주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책의
구석 구석에서 학자들과 이론을 소개한 점이 인상 깊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엄청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데 그 이유가 저자가 독자를 앞에 두고 실제로 이야기하듯 글을 썼기 때문이고, 곳곳에 사례를
설명하면서 본인이 썼던 에세이들을 넣어둔 것이 독자 입장에서 편안하고 부드럽게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다.
1부에서 경험학습을 설명한 이후 2부에서는
실제로 경험학습 과정을 어떤 가치를 담아 어떤 원칙으로 설계하는지를 설명하고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3부에서는
경험학습 퍼실리테이션을 위해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는지, 어떤 유형으로 퍼실리테이션을 하는지 설명을 해주며, 4부와 5부에서는 그룹워크와 리플렉티브 퍼실리테이터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파트는 4부와 5부였는데, 4부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퍼실리테이션과 관련해서 다른
곳에서 들어보지 못했던 심리와 패턴의 영역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기억이 남았고, 5부의 경우에는 단순히
기관이나 기업에서 의례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을 넘어서서 진정한 배움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리플렉션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험학습 퍼실리테이션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깊이 고민하고 다루는 지점이 있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도중 종종 들었는데 4부와 5부를 읽으면서 이런 지점까지
고민하는구나 싶었다.
아쉽게도 경험학습을 해 보아야 하는데 문자로 배우려다 보니 한계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지점이다. 그렇지만,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서라기 보다는 심화서에 가까운 이 책을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퍼실리테이터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다.
"경험학습은 … 기술과 지식만 전달하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 반하여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단기적인 결과보다는 한 인간의 잠재력을 계발하여 진정한 변화와 성장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