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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인사이드 아웃2를 보면서 오열을 했다.
직계가족 8명이 단체관람을 했는데 나만 오열하고 다른 사람들은 다 지루해 하고 졸았음.
근데 왜 오열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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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F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냥 재미가 없어서 안좋아하는데,
재미가 없는 이유는 보통
몰입이 안되기 때문이다.
설정에 억지가 너무 많다고
생각되면 읽기 싫어짐.
근데 이 책은 대단히 재미있었다. 진짜 엄청 재밌었음.
그렇단 얘기는 설정에 대한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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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안좋아한다고 했지만 십몇 년 전인가 월E를 보고 또 오열을 했었더랬다.
그땐 오열을 해도 좋아서
월E 인형을 그렇게 사고 싶었더랬지.
이 책을 읽는데 외계인을
만나고 뭔가 친구가 될 각이 보이자 조마조마했다.
또 오열할까봐.
...
오열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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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성격도 좀 그런것
같은데 나이가 드니까 더더욱 감정 소모가 힘들어서 피하고 싶어진다.
SF에서 친구 나오면 또 헤어진다고.
성장물이면 빼박인데, 이 책은 대놓고 성장물까진 아니지만 (그 비슷한 얼개라고 우길 순
있어도)
하여간 친구가 나오면 또
헤어지고 그럼 또 오열하고 그런 감정 소모를 겪고 싶지 않아진단 말이지.
그래서 대충 그 부분이
되면 책장을 2배속으로 넘기게 된다.
그래도 오열하긴 함.
나름 건조하게 그렸음에도
말이다 (작가 맘에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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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나타난 재앙
알고보니 태양계 전체의
문제
그걸 해결하기 위해 우주로
날아갈 지구에서의 준비 사항
마침내 도달한 우주에서의
하루하루
그걸 낯선 이로서의 관찰과
해봄직한 과학자로서의 시도도 하나하나 실증적이고 재미있는데
아니 거기에 정말 그럴
법한 외계인도 나타나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다
선해. 너무 착하다.
요즘같이 강호의 도의가
땅에 떨어진 세상에서 그런 착한 애들을 보면
오열을 하지 않을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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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결말이 좀 의외였는데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나같아도 충분히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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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적응이 안된다.
40년이 넘었는데도 전혀 적응이 안되고 인간을 모르겠고 사회가 어지럽다.
오래 알고 있다고 하는
사람도 외계인같이 모르겠고,
살아나가면서 겪는 하나하나가
외계에서의 경험과 다를 것이 없다고 느낀다.
매번 모든 것은 찍어 먹어
경험을 해봐야 아는 것이고,
아무리 책이니 미디어니
떠들어도 내가 막상 당해보면 이건 또 새로운 세상임.
외계인이 학습하는 것과
딱히 다른 수준이 아니라는 거다.
광활한 우주에 있다면 어떤
느낌일 지 모르겠다.
우주에 나가는 것 자체가
어떤 이유나 임무가 있어서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우주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며 유영?하는 것, 생존을 걱정하는
건
지구에서 밥벌이 하면서
사는 것과 딱히 다를 것도 없을 것이다.
사실 그래서 우주고 뭐고
별로 안궁금하고 SF도 재미없었던 건데
ㅋㅋㅋ 이 책은 나를 이겼다. 재밌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뭐 일부러 볼 것 같진
않지만 보러가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하... 오열이라는 언덕은 넘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