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잘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정말 친절하게 자세하게 알려줘요.
★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요.
★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일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필기를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 자유롭게 화제를 넘나드는 필자의 필력 대단하고, 번역도 참 좋아요.
☆ 조금은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부분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Korea, The Impossible Country'
'한국, 불가능한 나라'라는 원제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불가능할 것으로만 보였던 경제 발전과 민주화의 기적을 이룩한 나라, 그러나 이룰 수 없는 목표에 목을 매는 최고의 자살률을 보이는 나라. 대한민국. 그런데 이 책을 쓴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다. 다니엘 튜더라는 영국인. 1982년생, 나와 나이 차이가 겨우 세 살밖에 나지 않는 이 외국인이 어떻게 나보다 우리 나라를 더 잘 알고 있나. 2002 월드컵 때 한국에 왔다가 사랑에 빠져서 2004년 한국에 다시 와서 일을 하다가 영국으로 돌아가서 MBA를 밟고 2010년부터 한국에서 이코노미스트지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며 한국의 현안에 대한 많은 기사를 썼다. 한국과 인연이 매우 깊은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이야기한 책을 썼다. 외국인이 썼지만 너무도 한국적이다. 대체 이 책의 원문이 어떻게 외국인들에게 읽힐지가 너무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 아무래도 가장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은 (분량면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1부이다. 난 이 부분을 읽을 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그 이유는 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인이면서도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던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외국인의 글에서 보게 된다는 것이 참 묘했고 이제는 잊지 않겠다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필기하고 밑줄 그으며 읽었다. 아무래도 민주화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내가 잘 아는 분야였는데 경제성장의 과정은 생소한 부분도 있었다.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가 어떻게 고착화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의 삶을 스트레스로 가득 채운다.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원인이 바로 이 과잉 경쟁 때문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자녀가 더 행복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엄마들에게는 A로 가득한 성적표에서 발견된 단 하나의 B가 고뇌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의 어머니, 특히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학업 성적을 두고 경쟁을 벌이며, 심지어 자신의 친구들과도 각자의 아들딸이 받아오는 성적표를 놓고 대리전을 펼친다. 자신들의 삶에서는 경쟁이 끝났다 하더라도, 자녀를 통한 경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 다니엘 튜더,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 114쪽
한국의 어머니가 자식을 통해 성취하려는 욕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약간 소름이 돋았다. 어쩜 저렇게 정확하게 한국인의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는가. '대리전'이라는 말이 참 슬프게 들렸다. 결국 나 대신 자식을 전쟁에 내어놓고 싸우도록 하는 부모. 그건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닌가. 내 세대가 부모가 되고 아이들을 교육할 때에는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 본다. 그러나 저출산의 분위기는 말해준다. 위와 같은 현상이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필자는 1, 2부에서 한국인의 역사와 정서적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3부부터는 문화적인 요소들을 다룬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뒤로 갈수록 빨리 읽혔다. 그 중에서 한국의 신앙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인상깊었는데 신앙의 요소와 한국인의 특성을 연결짓는 부분에 수긍이 갔다. 어쩌면 외국인이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하고 다룰 수 있는지 놀라웠다.
이 책을 읽은 전체적인 느낌은 신기하다 놀랍다 고맙다 정도이다. 외국인의 입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니 성형왕국 이야기처럼 화끈거리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익숙하지만 새로워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꼭 한 번 읽고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한 기초를 닦아주는 교양서이므로 우리가 먼저 한 번씩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