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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베어의 서재
  •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잭 머니건.모라 켈리
  • 13,320원 (10%740)
  • 2013-09-03
  • : 251

★ 고전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라도 알 수 있어요. 

★ 저자 둘의 핑퐁핑퐁 하는 대화가 위트 있어요.

★ 끝없는 사랑에 대한 고민을 짧게나마 해소할 수 있어요.

☆ 하지만 깊이 있는 철학을 기대하진 말아요. 잡지에 실리는 칼럼 정도의 느낌이니까.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싶어졌을까 생각해봤다. 역시나 사랑보다는 고전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를 시작으로 고전을 읽겠다는 마음을 먹은 지도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아직도 그 뒤로 고전이랄 만한 것을 읽은 적이 없다. ㅠㅠ 왜 이리 고전은 멀게만 느껴질까. 그런데 이 책은 무려 31권의 고전을 가지고 사랑이야기를 한단다. 고전에 대한 내 갈증도 어느정도 해소해 줄 것 같았고 게다가 주제는 사랑이 아닌가. 요새 나의 최대 관심사. 독서와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고고!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어렸을 때 기네스 펠트로의 영화로만 접한 적이 있는 이야기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섯 장 정도 되는 칼럼을 읽었을 뿐인데 그 이야기가 영상으로 촤르르 떠올랐다. 난 책을 잘 읽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요약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짤막하게 요약을 잘해놓은 듯하다.

 

 우리는 귀인-핍에게는 에스텔라가 그렇듯-이 언젠가 우리의 특별한 점을 발견하여, 우리가 무능하고 불편하며 소외된 존재라는 느낌을 없애준 뒤 마침내 이 세상에 편히 발붙일 수 있게 해줄 거라고 자신을 설득하면서 고통을 달랜다. (...) 그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리가 실제로는 행복이나 사랑을 얻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사랑이 이뤄지는 게 절대 불가능한 상황으로 자신을 밀어넣기 때문이다.

▼ 모라 켈리/잭 머니건,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37쪽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사랑과 관련된 토픽 하나씩을 꺼낸다. 핍이 자신을 구원해 줄 사람으로 에스텔라를 원했듯 나도 나를 구원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 아닌가. 사실 그런 생각은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를 읽을 때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생각도 그때 뿐 지금은 또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갑자기 독서가 허무하게도 느껴진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사놓고 아직 표지도 펴보지 않은 책. 역시나 칼럼을 읽고 나니 대충이라도 줄거리를 알 수 있었는데 주인공들의 엇갈릴 뻔했다가 다시 서로를 알아보고 이루어지는 이야기라니 편견을 극복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바에서 낀 맥주 안경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얼굴을 봤을 때 전혀 흥분되지 않을 낯선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관계 돌아가는 것에 지나치게 목을 맬 때, 특히나 제인 오스틴 소설의 등장인물들만큼이나 심하게 결혼을 원할 때는 샴페인 안경을 걸치게 될 확률이 무척 높아진다. 그걸 벗을 때는 이미 늦다.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갖자. 증거가 나오기도 전에 당신이 원래 가졌던 편견을 너무 쉽게 버리지는 말자.

▼ 모라 켈리/잭 머니건,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 57쪽

 

그런데 여기에서 모라는 그 편견이 온전히 편견만은 아니었음을 지적한다. 오만했던 한 남자가 그렇게 쉽게 좋아보인다는 건 여주인공이 샴페인 안경을 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얘기. 결혼, 결혼이 코앞에 있다는 압박이 나를 힘들게 하면 증거 따위는 찾으려 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리고 말 것이라는 불안. 휴~ 편견을 지켜낼 수 있는 용기!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책을 읽은 지 5일 정도 지난 때인데 사실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메모를 해 놓고 인덱스 테이프를 붙여 놓고 지금 다시 읽고 있다. ㅠㅠ 결국 소설을 온전히 읽지 않고서는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으리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내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엔 조금 무리였을지도 모르지만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의미를 발견했으니 그것은 사랑에 대한 직설적인 조언들이다. 때로는 소설 속 주인공에 동조하기도 때로는 소설 속 주인공을 비판하기도 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책이다. 게다가 저자가 두 명이어서 둘의 의견이 살짝 다를 때 이 책의 매력이 더 발현된다. 사랑에 대해서 누가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오늘도 내일도 생각할 뿐이다. 또는 생각없이 돌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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