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라는 작가는 중국 문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내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허삼관 매혈기라는 무슨 고전 작품 같은 제목으로 처음 알게된 위화는 중국 안에서도 극빈층에 속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처절하게 그려냈다. 작년에 그의 에세이집(?)이 발간되었는데 제목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였다. 이 책은 중국을 바라보는 위화의 시선을 뚜렷하게 알려주는 책이라고 소개를 받았었다. (얼른 읽어야지!!^^) 너무 가까운 곳에 있고 우리나라의 정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나라임에도 잘 모르고 살았었다는 생각이 든다. 조정래 작가도 정글만리에서 중국을 이야기한 마당에 적극 관심 좀 가져봐야겠다. ㅋㅋ
제7일 뭔가 추리돋는 제목이지만 사후세계에 대해 이야기 한단다. 그래서 아, 뭔가 환상적인 이야기겠구나 이전 작품과는 좀 다르려나 보네 했는데 이게 웬 걸 ㅋㅋ 신비로운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이 책도 많이 다르지 않았다. 역시 위화는 결국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페이라는 주인공이 죽으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주인공이 죽으면서 시작되는 소설이라니 ㅋㅋ 멋진 시작 아닌가?) 주인공이 죽고 난 후로 단 7일 동안의 이야기지만 서사가 살아있다. 주인공의 비범한 출생부터 양아버지의 무한 사랑, 한 여자와의 결혼과 파국,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차례로 펼쳐지며 소설을 엮어 간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것은 다름아닌 이 소설에 드러난 중국의 현실이다. 환상적인 사후세계의 옷을 입었지만 그 안에 드러난 처참한 현실. 그래서 오히려 더 처참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빨책에서 소개한 '1942 대기근'이 생각난다. 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 ㅠ 읽을 게 너무 많아ㅠ)
사랑하는 사람의 묘지를 마련하기 위해 신장을 적출해야 하는 남자. 그 사람의 사랑을 알면서도 짝퉁 아이폰 앞에 믿음을 잃고 빌딩에서 뛰어내린 여자. 평생 모은 돈을 인출했는데도 아들을 위해 명품 넥타이 하나를 사지 못하는 아버지와 강제철거 앞에 속옷바람으로 무너져버린 부모. 끝도 없이 펼쳐지는 그들의 서러움 앞에 할 말을 잃게 된다. 여기에선 중국의 장기밀매, 짝퉁시장, 빈부격차, 국가의 일방적인 재개발 등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나열하자면 이렇지만 그것이 내 옆에서 내 가족에게서 벌어지는 일마냥 위화의 소설은 몰입하게 한다. 그러곤 어떠냐! 이런데도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되겠냐고 선동하는 느낌마저 받게된다.
소설 속 사후세계에는 두 공간이 있다. 묘지를 가진 사람들이 가는 안식의 세계와 묘지가 없는 무수한 사람들니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는 곳. 빈의관이라는 화장장을 거쳐 영혼들은 각기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는데 이 빈의관이라는 곳에서는 이승세계의 신분, 재산이 그대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귀빈들은 고급스러운 수의를 입었고 소파에서 기다리며 순서를 기다리다 화장이 되고 나면 안식의 세계로 간다. 플라스틱의자에서 대기하던 보통 사람들도 묘지가 마련되어있다면 안식의 세계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묘지가 없으면 안식으로 가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야 한다. 구천을 떠돈다고 했던 뭐 그런 건가? 그 상황에 대해 양페이는 의문을 갖는다.
"묘지가 있는 사람은 안식을 얻지만 묘지가 없는 사람은 영생을 얻습니다. 어떤 게 더 좋습니까?"(215쪽)
반드시 사후에 안식을 취해야만 그것이 값진 것인가. (심지어 나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신장까지 팔아가며 마련해 준 묘지에서 안식을 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ㅠ) 가난해서 영생을 얻게 된 사람들은 가난함도 부유함도 없는 세상에서 서로를 위하며 오늘도 길을 걷겠지. 환상적이라기보다는 현실감돋는 사후세계이야기. 위화의 '제7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