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러 단편 중 제일 인상깊었던 단편이자 곧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시간강사와 학생의 만남에는 여자라는 성별 말고도 속한 사회의 분야, 지나온 경험 등 여러 공통점이 일렁이고 있다. 둘을 시간강사와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갈라놓은 건 '시간' 밖에 없어보인다. 그즉슨 이 이야기가 과거에 속한 한 여자가 미래에 속할 자신을, 혹은 그 에에 대해 생각하는 시차에 대한 이야기임을 뜻한다. 이때 시간강사와 학생은 멘토-멘티의 성격을 띠는데 두 인물의 시차성을 가진 공통점으로 인해 멘티였던 학생은 훗날 멘토의 자리에서 그때 당시의 두 사람을 바라본다. 학생은 그 자리에 직접 섬으로써 자신의 멘토였던 강사가 어떤 불가능에 처해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포기하지 않으려 했는지 헤아려보게 된다. 하지만 강사는 더이상 수업을 하지 않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제 학생은 사라진 그 자리가 오래 비워져 있지 않도록 자신이 서게 될 것이다. 이것은 자리바꿈이라는 서사가 줄 수 있는 감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