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으로 따져본다고 하면, 재밌는 책은 아니겠지만 나는 재밌게 읽었다.

책에서 중요한, 청대 만주와 한반도 지도
이 지도야말로 이 책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히는 청 or 여진과 조선 경계가 주인공이라고 할까?
이 책에서는 인삼과 국경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 인삼은 이들이 가지는 국경이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가를 설명하는 존재다.
딱히 인삼이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인삼보다는 인삼을 캐려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인삼을 캐기 위해 청 or 여진과 조선이 설정한 경계에 들어가는 백성들이 일으키는 소요,
이 소요에 따라 청 or 여진이 보이는 반응과 조선이 보이는 반응.
이런 내용으로 두 세력간 역학 관계와 외교 관계를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때껏 정묘호란, 병자호란, 그 이후에는 청말 시기 말고는 청나라에 관해서 정말 무지했다.
강건성세니, F4니 하는 청나라 황제들 이야기를 짤막하게 본 적은 있었지만 솔직히 관심사가 아니었다.
특히나 청나라가 조선을 어떻게 생각하고, 조선이 청을 어떻게 생각하고, 나아가 둘이 어떤 관계였는지 몰랐다. 아니, 몰랐다기보다 오히려 잘못 알고 있었다.
분명 조선이 청을 오랑캐라 여기고 반청 정서가 있었고, 효종의 북벌과 같은 상황은 알고 있었지만 이는, 너무 단편적인 이야기들 뿐이었다. 조선이 분명 반청 정서와 북벌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런 부분이 정치적인 수사라는 설에 힘을 실어주는 태도가, 이 책에서는 보이고 있다.
진짜 북벌을 하려 했는지, 안 하려 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조선은 단순히 청나라르 배척함이 아니라 청나라와 제법 진득한(?) 외교를 했다는 뜻이다.

건륭제, 성경장군 달당가의 계획에 제동을 걸다
성경장군 달당가가 의주 근처에 있는 망우초에 초소를 짓자고 했다.
실제로 진행되고 있었지만 당시 조선에서 왕인 영조가 반대하여 취소하게 되는 상황이다.
북벌을 이야기 하던 효종 때는 아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조선은 이 청나라에 과거 황제가 한 조치까지 근거로 들며,
국경 인근에 초소를 짓고 있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능숙한 외교 활동을 보이고 있었다.

순서상 위 이미지보다 앞서 영조가 건륭에게 밝힌 입장이다
이 책을 읽으며 조선과 청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서로 외교 관계를 성립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반복되는 주장이 있지만 내용이 워낙 알차서 재밌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역덕이 아니라면 감히 추천하기 힘든 책인 듯하다.
심지어 역덕도 역덕인데 조선에 관심이 없으면 왠지 언급하기도 어려운 느낌이다.

백두산 정계비 관련 지도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
특히, 지도를 보며 국경지대 분쟁에 관해 좀 더 파악하기가 좋았고,
백두산 정계비 관련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알게 되어서 재밌었다.
청나라에 관심이 생기게 해준 책이라 청나라 역사와 관련된 책을 주문하게 된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