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 논쟁》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여성운동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성폭력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해 가장 솔직한 비판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성폭력 피해호소 여성의 제기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공감과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지, 그리고 여성 스스로를 ‘피해자’로 한계 짓게 하기 보다는 문제 해결의 주도자로서 위치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기존 여성주의(페미니즘)와 다른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2차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개념의 내재적 한계에서 비롯된 부당한 가해지목에 대해서도 실증적 접근을 통해 대안을 내놓는다. 특히 최근 들어 무고로 밝혀진 여러 ‘성폭력’ 사건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요즈음 그 의미가 더 새롭다 하겠다.
(비록 여성주의자들이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여성주의의 접근법을 오래 전부터 우호적으로 그러나 날카롭게 비판해 왔던 마르크스주의적 여성해방론 입장에서 저술된 첫 책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논의의 무게에 비해 150페이지 남짓으로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모자라지 않은 분석으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실증적 접근을 하고 있어 논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머릿속에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훌륭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