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가 소름이 끼치는 소설
김규연 2019/11/26 23:15
김규연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이름 없는 사람들
- 박영
- 11,700원 (10%↓
650) - 2019-11-22
: 418
항상 기대의 배를 이뤄내는 박영 작가의 신작 '이름 없는 사람들'. 역시나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마지막 장의 마지막 글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화가 날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로 독자들을 긴장시키다가, 현실적이기에 숙고해야 할 질문을 던져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
나는 소설을 즐겨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독자다. 그러다보니 글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한 편인데, 나의 이러한 패널티에도 불구하고 '이름 없는 사람들'은 작가가 전달하려는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와닿는 책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진우의 아버지가 잠시 키웠던 투견, 흰 개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이는 소설 전반에 걸친 진우와 재의 핵심적인 이야기와 다소 거리가 있으나, 나에게 큰 충격과 진실로 다가왔다. 투견 흰 개는 이름이 없이 하얗기 때문에 흰 개라 불리운다. 싸움에서 지는 법이 없으며 때문에 진우의 아버지에게 짭짤한 수입을 내게 해주는 존재이다. 투견은 오직 굶주림과 살생의 욕구만을 배운다. 진우는 그러한 흰 개에게 단 하루의 사랑과 삶의 따스함을 알려주는데, 이 대목이 참 쓸쓸하면서도 다정하다.
'... 내가 한 발 물러나자 조심스럽게 뜬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흰 개는 마당에 피어 있는 풀꽃 냄새를 맡고, 햇볕을 쬐었다. 그러다가 가만히 앉아 바람을 맞았다. ...' (69p)
이는 생명으로 태어나 누려야 할 당연한 삶이다. 그러나 흰 개는 순수를 상실하고 욕망에 찌든 인간에 의해 자연에의 본능을 억누르며 살아야 했다. 한참을 흰 개에게 공감하며 괴로워하다, 문득 이를 인간에게 대입해 보았다. 물론 정도에 큰 격차가 있지만 분명 우리 역시 타자에 의해 당연한 무언가를 억압당하는 경우가 있다. 강제성이 짙은 과로로 인해 심한 고통을 겪는다거나, 지속적으로 묵살당한 경험으로 자기 주장을 잃어버린다거나, 자신의 나이, 성별, 국적 등에 의해 차별받는 것이 그 예이다. 이처럼 당연하고 아름다운 것이 우리에게도 만연하게 상실되고 있다는 점이 두렵고 안타까웠다.
그러나 암울한 시대라고 멈춰 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작가가 이 소설을 내며 전하고자 하는 말은 좌절하고 낙담하라는 것이 아니다. 더이상 나 스스로가, 우리가, 타인이, 그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자각하고 경계해야할 것이다.
이제 막 성인이 되는 이 시점에 '이름 없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어 참 기뻤다. 읽는 내내 하도 고민을 하다보니 아직 확언할 수 없는 나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내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되뇌이며 하루 온종일 책을 붙들고 있다보면 독서 전과 다른 나의 성숙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즐겁게 읽으시기를 추천한다. 박영 작가의 소설 중 일타이다.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