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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허태연
  • 12,600원 (10%700)
  • 2021-09-16
  • : 473

봄날에 잘 어울리는 책 표지

커피숍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는 동안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프로페셔널 하게 해오다가

정년이 없는 일인데 스스로 은퇴를 결심하고

자신만의 숙원사업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어느 가장의 이야기

클래식을 들으며 굴착기를 조종하던 67살 건설 노동자 허남훈의 고백과 새로운 도전

남훈씨는 플라멩코와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여러 언어를 후보에 올려놓고 도전할 언어를 선택 과정이 재미있었다.

자신의 지나온 삶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용서받기 위해 자서전을 쓰면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당시에는 자신의 선택이 당연하고 옳다고 생각했지만 멀리서 되돌아보며 청춘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청년일지를 지금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제목 때문에 플라멩코가 핵심 같지만

나는 이 책에서 남훈씨가 스페인어를 배우는 과정이 중심 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어 강사가 스페인어는 미래의 언어라는 말을 하는데, 스페인어를 익히며 남훈씨가 67년을 쌓아온 사고의 틀이 변화고 새로운 기회도 열리게 된다. 스페인어는 분명히 남훈씨에게 자신감과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었다.

한국어로는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을 스페인어로 하거나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했던 사죄의 말들을 스페인어 문장 구조인 '주어-동사-목적어' 화법을 이용해 해내는 장면들 모두가 좋았다.

오랜만에 스페인어를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고, 기초만 공부하고 한동안 멈추고 있는 나의 스페인어가 그리워졌다.

남훈씨가 플라멩코를 배우는 과정은 심덕출 할아버지가 발레를 배우는 만화 나빌레라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남훈씨와 심덕출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이고 그때의 내가 과거를 돌아보며 어떤 마음일지를 생각하게 보게 된다.


어떤 언어형식을 배운다는 건 새로운 관계를 준비하는 것과 같지요. 이 언어는 미래의 언어입니다. - P56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니까.- P66
플라멩코 강사의 강렬한 몸짓은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모르는 원시 전사의 것처럼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P68
남훈 씨는 그때그때 음악에 따라 자신의 문체와 글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어떤 음악가의 정서가 아니라 자가 자신의 정서가 필요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P90
그것은 예순일곱에 깨달은 청춘의 진실이었다.- P96
그는 자기가 많은 사실을 편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 P100
지나온 생의 잘못도 그렇게 메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P106
멍하니 앉아 남훈 씨는 26년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형편없이 마른 데다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놈. 그런 주제에 새로운 삶을 꿈꾸던 그 불쌍한 놈의 소망을, 더 늦기 전에 남훈 씨는 이루어주기로 했다.- P155
이제 내려올 수 없는 자전거에 올라탄 겁니다- P161
플라멩코를 출 때 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사랑입니다. 그건 이성 간의 사랑만 뜻하는 게 아녜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거죠. 그것이 타지를 떠돌며 살고 사랑한 집시의 정신입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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