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페이지보이
평110 2023/10/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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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엇 페이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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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0-13
- : 2,356
일상을 살아가는 걸 노력해 본 적이 있나요?
이런 질문을 주변에 하고 다닌다면 뭘 대단히, 그냥 사는 거지...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내 이야기를 하는데, 주변에서 동정의 눈길로 쳐다보거나 한심, 혹은 경멸이 담긴 말을 일상적으로 듣는다는 것. 한번 상상해 보시라. 그렇게 사회가 세상이 내 정체성 일부를 거부할 때, 그 정체성은 내 몸 전체를 집어삼킨다.
이 책은 몸 안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참을 수 없어 내지른 기록이며, 일상을 노력해서 살았던 사람의 투쟁기이기도 하다.
<페이지보이> 나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전쟁이고 투쟁이었다.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 엘리엇 페이지는 아역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주노> 주연을 맡으며 유명해졌고, 2014년 LGBTQ+ 청소년을 위한 연설에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했다. 2020년에는 트랜스젠더로 커밍아웃하며 트랜스 남성 최초로 <타임> 표지를 장식했다...
엘리엇 페이지는 어린 시절부터 소년이었다. 본인 스스로 ‘스테레오타입‘적인 소년이라고 한다. 모험을 즐기고 바지를 입었으며 머리를 짧게 자르는 걸 좋아했다. 엘리엇 페이지는 엄마와 아빠 사이를 오가며 살았다. ‘딸‘을 키우는 엄마와 자신을 학대하는 새엄마와 함께 사는 아빠 사이를 오가며 자랐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성 정체성 때문에 모욕적인 언사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또한 생물학적 성 때문에 범죄에 노출되었다. 엘리엇은 그럼에도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를 찾아내 차츰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법을 배웠고, 그래도 괜찮다는 감각을 느꼈다.
책 관련해서 그런 격언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엮으면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고. 나는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한 사람에게 비로소 공감할 수 있게 된다고.
옮긴이의 세심한 번역-책에 나오는 혐오 표현들을 따로 번역하지 않았다. 유래나 의미를 설명하지 않고 혐오 표현이라고 분명히 언급만 한다-에도 불구하고, 엘리엇의 삶 일부를 바라보면서 함께 고통받지 않을 수 없었다. 수치심, 외로움, 고독을 느끼고 있는 그 맥락이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 눈을 감고 걸어 나와. 한 사람이 한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한 선언이고,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한 응원이었다.
+) 엘리엇이 청소년기를 보낸 핼리팩스에서는 세계 1차대전이 진행되던 시기, 대형 참사가 일어났었다. 벨기에의 구호선인 이모호가 프랑스의 군수 물자를 나르던 몽블랑호와 충돌한 사건이었다. 이 사고로 최소 2만 명이 사망했으며, 핼리팩스의 마을도 그 여파로 파괴되고 불탔다.
그 참사는 인재였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닌 전쟁이라는 명확한 원인이 존재하는 결과였다. 수많은 고아가 발생했고, 추모와 애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벽장 속 퀴어는 애인을 잃었고, 몰래 슬픔에 잠겼다.
전쟁은 20세기에만 일어났던 일이 아니다. 지금도 폭격을 당하는 도시가 있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폭격으로 애인을 잃은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이틀 전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했고, 지금 가장 후회되는 일은 그와 입맞춤을 하지 못한 일이라고...
인종, 아동, 성 정체성, 젠더 등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당장 토론토로 가서 네 엉덩이를 걷어차 주마. 그 말에 비하면 여태까지 스토커가 보낸 수많은 이메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P83
내 몸을 극한까지 해치는 건 분명 도와달라는 비명이었을 테지만, 막상 도움이 찾아오면 화가 나고 분했다. 여태까지는 뭐 하다가?- P129
우리는 영화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고, 그다음에는 연기에 대해서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게 무슨 의미이건 간에 나는 그냥 내가 될 수 있었다.
- P177
하지만 가장 최악이던 순간에조차, 내 안의 작고 작은 어떤 부분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미약하고, 손에 잡히지조차 않은 가느다란 틈. 그리고 그 틈을 통해 모든 것이 쏟아져 들어온다. 순식간에. 붙잡아야 한다. 그 안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다.
눈을 감고 걸어 나와.-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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