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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110님의 서재
  • 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
  • 몰리 미셸모어
  • 16,200원 (10%900)
  • 2020-02-28
  • : 254
미국은 왜 복지국가 만들기에 실패했나

미국은 자유의 땅이다. 자유! 미국은 대표 없는 곳에 과세도 없다는 유명한 문구 위에 세워졌다. 미국의 보수는 작은 나라를 내세우며 개인의 선택과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나라의 보수주의보다도 자유를 사랑하는 보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흥미로웠다. 뉴딜정책도 미국 역사에서 상당히 예외적인 경험처럼 보이는데, 복지국가 만들기라니? 물론 실패했다고 결론내리긴 했지만, 복지의 토대가 매우 약한 미국에서는 어떤 복지투쟁이 있었는지 새삼 궁금해져서 서평을 신청해서 읽게 되었다.

어느 나라의 사람들이나 그렇겠지만 미국의 시민권자도 과세를 싫어했으며, 역사적 경험 때문에라도 미국 시민들은 세금에 더욱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대공황 이후 뉴딜 체제가 세워지고, 민주당은 사회보장체제가 작동하는 국가로 나아가려는 계획을 세웠다. 유권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직접적인 과세보다는 사회보험제도를 활용해서 간접적으로 과세하는 형식을 택했다.

시간이 흐르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이제 소득세나 사회보험제도도 일반 중산층 시민들의 삶에 제법 타격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국의 자유주의 보수는 국가가 지출을 늘리는 것보다는 감세를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국가지출은 어디로 새는지 모를 돈이었고, ‘복지 여왕’ 같은 부정수급자들에게 낭비하느니 감세를 시행하는 게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감세 정책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에도 유리하다.

복지 여왕에 대한 공격은 많은 중산층 백인이 자신들이 복지의 수혜자가 아니라 억울하게 세금을 뜯기는 납세자라고 인식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복지와 사회보장제도의 수혜자는 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백인은 점점 저소득층 유색인종이 복지를 받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레이건 정부 시절 복지거부는 절정에 달한다. 결국 민주당도 복지거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느끼고, 뉴딜을 이어받은 위대한 미국 사회를 건설하는 비전을 내려놓게 된다.

이렇게 보수주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조세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게 되면서 미국의 공공서비스는 민간 기업에 의해 제공되고, 소득재분배의 역할을 수행했던 제도들은 그 힘을 잃고 파괴되거나 명맥만 남아 재분배의 역할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정치로 인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깊은 갈등, 소외됐다고 느낀 중산층 백인과 빈곤에서 벗어날 사다리를 박탈당한 유색인종 저소득층 사이에는 깊은 골이 생겨 정치적으로 극단화된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정치상황은 참고할 만하다. 경제 지식과 미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어서 사실 본문 읽기는 굉장히 어려웠다. 마지막에 옮긴이의 글이 없었다면 의미 파악도 힘들었을 것 같다. 어려운 내용을 번역하느라 고심하신 흔적이 느껴진다. 옮긴이의 글을 본문 읽기 전에 먼저 읽었으면 읽기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한국에서는 잦은 예산 삭감으로 제도가 망가져가고 있고, 최근에는 ‘시럽급여’ 라는 ‘복지여왕’에 버금가는 모욕적인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 시국에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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