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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범님의 서재

우유니 소금사막을 동행하며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나눠 마신 선교사 분을 잊을 수 없다.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20여 년째 아내와 함께 사역 중인 공 선교사는 나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어린데 치아가 한 개도 남지 않았다. 그가 틀니를 빼고 아무것도 없는 입 속을 보여주었을 때, 일말의 충격을 받았다. 볼리비아 고산지대에서 사는 사람들의 치아는 대체로 좋지 않다고 한다. 그는 왜 이 낯설고 척박한 곳으로 떠나와 20년이 넘게 살고 있을까?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가는 길은 계속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였다. 약간의 두통과 불쾌감이 엄습했지만, 숨이 막히게 끊임없이 나타나는 절경 탓에 두통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졌다. 공 선교사가 비밀이라도 되는 듯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준 말이 두통과 섞여 내내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천국에 간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에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천국에 간다고 씌어있어요."

건방진 무신론자인 나로서도 그의 말에 1백 퍼센트 공감이 갔다.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만 천국에 가리라. 교회만 다니면 천국에 간다고 믿는 위선자들은 가라, 종교의 이름으로 무지와 독선을 일삼는 사람들도 가라, 천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경미한 고산증을 앓으며 도착한 우유니 소금사막은 하늘과 땅이 맞닿아 매 순간 다른 색깔로 빛나는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천국이었다. 나는 이 천국에서 하루를 보내며 중얼거렸다. "다시 오리라. 이 생이 다하기 전에." - <산책주의자의 사생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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