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일은 한번 출발하면 끝까지 달려야 하는 마라톤과 같다. 숨을 몰아쉬면서 속도를 늦추기도 하고 물도 마시면서 템포를 조절할 수는 있지만, 도중에 그만두는 것은 러너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그날은 리스를 만들다가 미용실 갈 시간이 다 되어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나섰다. 손을 씻을 정신도 없이 도착해서 앉으니 직원이 커피를 내준다. 컵을 받아 드는 순간, 초록색인지 검은색인지 풀물이 들어 거무튀튀한 나의 손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머리는 단정하게 하겠다고 왔는데 관리는커녕 제대로 씻지도 못한 손이 부끄러웠다. 다음 날 곧장 동네 네일숍으로 달려갔다. 그동안 무참하게 방치한 손에게 보상이라도 하듯이. 관리를 받아 깨끗하고 보송보송해진 손을 보니 흙 만질 엄두가 나지 않아 조심스럽게 손을 사린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이다. 흙을 만지는 손은 수분 가득한 고운 손이 되기를 포기한다. 흙과 닿으면 금세 거칠고 건조해지고 만다. 이제 내 사전에 네일 케어란 ‘손톱을 깨끗하게 바싹 자르고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는 것’으로 정의 내려진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대개 정원을 좋아하고 가꾸는 사람이라고 하면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연륜이 깊고 나이 지긋한 외모를 떠올리다 보니, 삼십대의 여려 보이는 여자가 정원사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이유나 사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듯하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정원이 주는 선물은 ‘사람’이다. 정원이 내게 처음 건넨 선물은 나 자신이 자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나에 대해 새롭게 발견하니 정원일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 <그린썸 식물을 키우는 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