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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yblue1님의 서재

이것은 내가 코딜리어만을 홀로 그려 낸 유일한 작품이다.
「반쪽 얼굴」이 제목이다. 그림 속의 코딜리어가 얼굴 전체를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다소 기이한 제목이다. 그러나그녀 뒤쪽 벽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문장(章)처럼, 아니면 북쪽 지역의 바에 걸려 있는 무스나 곰의 머리처럼, 다른 얼굴이하얀 천에 덮인 채 걸려 있다. 그것은 연극 가면 같은 효과를자아낸다. 아마 그럴 것이다.
이 그림은 그리기 무척 힘들었다. 코딜리어를 한 시점, 어느나이에 고정시키는 것이 내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열세살 정도의 그녀를 그리고 싶었다. 반항적인, 전투적으로까지보이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그녀를. "그래서?"
그러나 그 눈이 나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 작품 속의 눈은강해 보이지 않는다. 그 눈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자신감 없고 우유부단하며 원망하는 듯한 표정을 담고 있다. 겁에 질린얼굴 사이에서이 그림 속에서 코딜리어는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코딜리어가 두렵다.
코딜리어를 만나는 것은 두렵지 않다. 코딜리어가 되는 것이 두렵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서로 입장이 바뀌었다. 그리고나는 그게 언제였는지 잊어버렸다.- P63
나도 일어선다. "어리석다고?" 내가 말한다. 나는 목소리를낮춘다. "나는 그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야. 너는 내친구잖아. 이제 너도 알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 나는 실제로는 죽었어. 몇 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고."
"장난 그만해." 코딜리어가 날카롭게 말한다. 그녀가 불안해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내가 그녀에게 이렇게 큰 힘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말한다. "무슨 장난? 장난이 아니야. 그렇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 피는 빨아 먹지 않을게. 너는 내 친구니까."
"망나니짓하지 마" 코딜리어가 말한다.
내가 말한다. "잠시 후면 우리는 이곳에 갇혀 버릴 거야."
돌연 우리는 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우리는웃으며, 숨을 몰아쉬며, 도로를 따라 뛰어간다. 그리고 다행히아직도 열려 있는 커다란 입구를 발견한다. 그 밖으로는 퇴근시간의 교통 체증으로 차들이 늘어서 있는 영스트리트가 펼쳐져 있다.
코딜리어는 뚱뚱보 가족의 차를 찾고 싶어 하지만 나는 이놀이에 싫증이 났다. 나는 괄목할 만한 보다 농밀하고 보다 사악한 작은 승리를 손에 넣었다. 에너지가 우리 둘 사이에 오갔고, 이제는 내가 강자가 되었다.- P74
그들을 심각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바로 그들의 몸이다. 수화기를 귀와 어깨 사이에 끼고 복도에 앉아서 나는 그들의 몸을 듣는다. 나는 말보다는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이 침묵 속에서 이 몸들은 스스로를 재창조하고, 나에 의해 창조되며, 형태를 갖추게 된다. 남자아이들이 없어 심심할 때 내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들의 몸이다. 나는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담배를들어 올리는 그들의 손을, 어깨의 경사를, 엉덩이 각도를 관찰한다. 곁눈으로 살펴보며 그들을 여러 관점에서 점검한다.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은 시각적인 것이다. 내가 소유하고 싶은부분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속으로 말한다. ‘움직이지 마. 그대로 있어. 내가 가질 수 있도록‘ 나에 대한 그들의 지배력은눈을 통해 유지된다. 내가 그들에게 싫증을 느끼게 되는 것은한편으로는 신체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시각적으로 흥미를잃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모두 섹스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어떤 부분은 분명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차가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차가 없는 아이들과 나는 버스나 전차, 새로 개통된 깨끗하고 안전하며 옅은 색 타일이 붙은 긴 목욕탕처럼 보이는 토론토 전철을 탄다. 이런 아이들은 집까지 나를데려다준다. 우리는 먼 길로 돌아간다. 계절에 따라 공기는라일락 냄새나 새로 깎은 잔디나 타는 낙엽 냄새를 풍긴다. 우리는 새로 지은 시멘트 인도교 위를 걷는다. 위로는 버드나무가 드리워져 있고, 아래쪽에서는 시내에 흐르는 물소리가 들- P86
려온다. 우리는 다리 위 가로등에서 비치는 희미한 불빛 아래서서 난간에 몸을 기댄다. 그들의 팔은 내 몸을 감싸고 내 팔은 그들의 몸을 감싼다. 우리는 서로의 옷을 들추고 서로의등뼈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나는 상대방의 등뼈가 부서질 듯팽팽하게 긴장하는 것을 느낀다. 나는 몸 전체의 길이를 느끼고 얼굴을 만지고는 경탄한다. 남자아이들의 얼굴은 너무나많이 변한다. 그들은 부드러워지고, 활짝 열리며, 아파한다. 그들의 몸은 순수한 에너지, 결정화된 빛이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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