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땅을 세내서 하루 종일 따뜻한 대얏물에 발을 담그고 있겠미끄러져어..." 빗방울이 창유리 안쪽과 바깥쪽에서 아래로 미내렸다. 안쪽에서는 윗부분에 손가락 굵기로 난 틈에서부터흘러내린 빗방울이 점점 고여 창틀을 메우고는 창턱까지 ㅎ른 뒤 다시 방울방울 후터키의 무릎으로 떨어졌지만, 그는 먼곳을 떠도는 상념에 빠져 자기 옷이 젖는 것도 알지 못했다.
"아니면 초콜릿 공장에서 야간 경비로 일할 수도 있겠지... 여학생 기숙사의 경비도 할 수 있을 거야. 어쨌든 난 모든 걸 잊을 작정이니까. 매일 밤 대야에 담긴 따뜻한 물만 있으면 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개 같은 인생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구경만 하겠다고." 가만히 내리던 빗줄기가 들이붓듯 쏟아지기시작했다. 빗물은 원래도 숨 가쁜 땅 위에 마치 댐이라도 무너진 듯 넘쳐흘렀고, 가느다랗고 복잡한 물길을 내면서 더 낮은지대로 흘러갔다. 후터키는 창유리 너머의 풍경을 더는 볼 수없었음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벌레 먹은 창틀과 석고가 부스러진 곳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유리창에 갑자기 불분명한물체가 보이더니 점차 사람의 꼴을 갖춰갔다. 처음엔 그게 누구의 얼굴인지, 놀란 두 눈을 볼 때까지는 알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알아본 것은 자신의 초췌한 면상이었고, 순간 놀라고당황한 것은 비가 창유리 위의 얼굴을 지워내듯이 세월이 그에게도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 모습엔 무언가 엄청나고 낯선 궁핍이 어려 있었다. 수치와 자부심-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