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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가 덧붙였다. "물론 네 아버지는 그사이에 내가 너한테 구혼해서 네 생각을 돌려놓길 원해."
"그건 불가능해요!" 게르다가 간신히 내뱉었다.
"그래, 우리 사이엔 불가능한 일이지." 울리히가 부드럽게 반복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될 수도 없어. 난 너무 멀리 갔어." 그는 웃으려고했다. 그러는 자신이 너무 역겨웠다. 이 모든 건 그가 정말 원치 않는일이었다. 문득 영혼의 우유부단함을 느끼며 스스로가 경멸스러웠다.
영혼의 우유부단함이 그의 내면에 잔인함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순간 게르다가 경악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녀가너무 가깝게 다가간 불꽃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형체는 없고 의지를마비시키는 온기만 있는 불꽃이었다.
"언제 한번 날 찾아와!" 그가 제안했다. "여기서는 편하게 얘기할 수가 없어." 그의 눈에 수컷의 무자비한 공허함이 흘렀다.
"싫어요." 게르다는 거부했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렸다. 울리히는 그녀가 마치 이렇게 눈을 돌린 뒤에야 자기 앞에 다시 솟구쳐오르기라도한 것처럼 그녀를 슬프게 바라보았다.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아름답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아가씨를. 그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 P256
특별한 구원이 필요할 거라고 덧붙였다.
리오티마의 이 말은 아른하임의 가슴에서 솟아난 것만 같았다.
리오티마가 이 말을 했던 순간은 어떤 음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꽉박힌 트럼펫처럼 피가 거꾸로 솟는, 자아와 대상을 동시에 뛰어넘는 순가들 중 하나였다. 이럴 때는 의미가 없는 것이란 없었다. 반 고흐의 그림처럼 방안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특별한 대상이 된 벽선반 위의작은 컵에서부터, 말할 수 없는 것에 부풀려지고 뾰쪽해진 채 공간 속을 밀고 들어가는 것 같은 인간의 몸에 이르기까지.
당시 디오티마는 자기 말에 깜짝 놀라 이렇게 말했다. "농담으로 한말이에요. 유머는 참 멋져요. 온갖 욕망에서 벗어나 모든 현상들 위에무심하게 떠 있으니까요!"
그 말에 아른하임은 싱긋 웃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디오티마를 갈기갈기 찢는다면, 내가 포효하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면, 내가 목안으로 손을 넣어 그녀를 위해 내가슴속의 심장을 끄집어낸다면 혹시 기적이 일어날까?‘ 그는 스스로 이렇게 물었다. 그러다 감정이 식어가면서 생각도 멈췄다.
이 장면이 지금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는 발밑의 거리를 또다시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진정으로 구원의 기적은 일어나야 해!‘ 그는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런 생각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선 먼저 새로운유형의 인간이 세상에 나타나야 해.‘ 어떻게, 그리고 무엇으로부터 구원을 받아야 하는지는 더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어쨌든 전부 달라져야했다. 아른하임은 반시간 전에 편지와 전보를 보내기 위해 앉아 있던책상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벨을 눌러 졸리만을 부르더니 비서를 데비슷한 일이 일어나다 201-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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