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특성 없는 남자는 남자 없는 특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날 저녁 울리히는 오지 않았다. 피셸 이사가 서둘러 떠난다시 청년기의 물음이 그를 사로잡았다. 왜 세상 사람들은 본래 의도와는 동떨어져 있고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진실이 아닌 말을 그렇게소름 끼치게 선호하는 것일까? ‘거짓말을 하면 항상 한 걸음을 앞서는거야.‘ 그는 생각했다. ‘피셸 이사한테도 이 말을 해줬어야 했는데.‘
울리히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열정이라는 말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항상 되풀이해서 그를 그런 상태로 몰아넣는 것이 있었다. 그것도 열정이겠지만, 흥분 상태와 흥분에 찬 행동에서 나타나는 그의 태도는 열정적이면서 동시에 무관심했다.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상당히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지금도 무언가 자신의 행위 충동을 자극하면, 자신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해도 언제든 미친듯이 달려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따라서 그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도 별로 과장은아닌듯하다. 그의 삶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은 그의 것이라기보다 삶을구성하는 것들 서로의 것이라고. A 다음에는 항상 B가 왔다. 그 결과를낳은 것이 다툼이건 사랑이건 간에. 그래서 그도 그 과정에서 획득한개인적 특성들이 자기 것이라기보다 특성들 서로의 것에 가깝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져보면, 개별적 특성 하나하나는 그것들을 갖고 있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별히 자신과 더 내밀한 관계에 있다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의심할 바 없이 그 특성들로 규정되고 그 특성들로 이루어졌다 -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