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인근 지방법원의 한 경비병에게 담배를개비 건네며 얼마 전에 정문을 떠난 호송차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호송차는 좀더 일찍 떠났을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언론에서는 방금떠난 것으로 보도할 때가 많았고, 울리히 또한 거의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신문을 통해서만 알게 되는 것이 이 시대의 진실이었다. 울리히가 개인적으로 모스브루거를 알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전에 그를 실제로 본 것은 심리가 진행될 때 단 한 번뿐이었다.
이례적인 사건을 신문으로 알게 될 가능성은 그것을 직접 체험할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 달리 말해 오늘날 매우 중요한 사건은 추상적인 곳에서 일어나고, 현실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그런 추상적인 방식으로 울리히가 알게 된 모스브루거의 사연은 대충이랬다.
모스브루거는 어릴 때부터 불쌍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다. 마을 도로조차 없는 초라한 시골의 양치기 고아였는데, 여자애에게 말을 붙이지 못할 만큼 가난했다. 그래서 여자애들을 늘 바라보기만 했다. 그것은 도제 시절에도, 나중에 장인이 되어 곳곳을 떠돌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빵이나 물처럼 누구나 자연스럽게 갈망하는 것을 항상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면 어떨까?
얼마 뒤에는 당연히 그것을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갈망하게 되지않을까? 한 처녀가 장딴지 위로 치마를 나풀거리며 지나간다. 울타리를 넘어가는 처녀의 무릎까지 속살이 보인다. 처녀의 눈을 들여다보지만 도저히 그 속을 알 수 없다. 처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재빨리 뒤돌아보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쥐새끼가 방금 쪼르르 숨어들어간 땅속 구- P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