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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을 때, 할멈은 내게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문수야, 너 무형문화재 되고 싶지? 내가 그거 시켜줄까?
무형문화재는 모든 무당의 꿈이었다. 숭고하고 높은 자리. 비밀스러운 욕망, 흘려듣는 척했지만 할멈이 그렇게은밀히 속삭일 때면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속물처럼보일까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한 나의 속내를 할멈은 죄다알아챘다. 내 지저분한 비밀까지도. 문화재 심의에서 번번이 떨어지던 차였다. 네번째 심의를 치르기 전 문화재위원회에 슬쩍 뒷돈을 찔러준 것, 지금이 쌍팔년도인 줄아냐며 그 자리에서 모욕을 들은 것까지 할멈은 속속들추어냈다.
나이 들어 야심까지 크면 사람들도 그걸 알아채고 달아나. 좋은 운도 다 황이 되는 법이다.
늙어갈수록 본심을 숨겨야 약이 된다. 그래야 추하지않다. 조언하며 할멈은 나지막이 덧붙였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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