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도 모두 각자의 본성, 습관, 조건, 목적 등에 따라 행동했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허영에 차고, 기뻐하고, 분개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또그것이 자신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들 모두가 의지를갖지 않는 역사의 도구였으며,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이해가 될 일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실제로 활동하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지는 불변의 운명이고, 인간사회에서 계급이 높을수록 자유는줄어든다.
이제 1812년에 행동했던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 그 지위를 떠났고,
그들의 개인적인 이해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당시의 역사적인 결과만 우리 앞에 남았다.
하지만 만약 나폴레옹 지배하의 유럽 사람들이 러시아 땅 깊숙이 들어가 거기서 멸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그전쟁에 참가한 자들의 자기모순에 찬 무의미하고 잔인한 행동을 쉽게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섭리는 이 모든 사람이 각자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누구 한사람도(나폴레옹도, 알렉산드르도, 전쟁에 참가했던 다른 사람들도 물론) 기대하지 못했던 하나의 커다란 성과의 실현에 협력하도록 했다.
이제 우리는 1812년에 프랑스군이 파멸한 원인을 명백히 알 수 있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파멸한 것은 한편으로는 그들이 겨울 원정준비도 없이 이미 늦은 때에 러시아 땅 깊숙이 침입했기 때문이고, 또한편으로는 러시아의 모든 도시가 소각되고, 그들이 불러일으킨 러시아 민중의 적개심으로 생긴 전쟁의 성격 때문이었데 대해서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P156
페테르부르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동안 프랑스 군대는 이미 스몰렌스크를 통과하고 차차 모스크바로 접근하고 있었다. 나폴레옹의역사가 티에르는 다른 나폴레옹 역사가들처럼 자신의 영웅을 정당화하려 애쓰며, 나폴레옹은 본의 아니게 모스크바의 성벽으로 끌려들었다고 썼다. 그는 역사적 사건의 설명을 한 인간의 의지에서 구하려는 다른 모든 역사가와 마찬가지로 옳고, 또한 러시아 지휘관들의 책략에 의해 나폴레옹이 모스크바로 끌려들었다고 하는 러시아 역사가들과 마찬가지로 옳다. 여기에는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을 후에 일어나는 어떤 사건의 준비라고 생각하는 소급(역행)의 법칙 외에도 모든일을 뒤엉키게 하는 상관성이 있다. 경기에 진 훌륭한 체스 기사는 자신의 패인을 하나의 실수 때문이었다고 진심으로 믿고 승부 초반에서그것을 찾아보려 하지만, 그는 모든 수에서 같은 실수를 했고, 완전한수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잊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실수는 오직 그에게만 눈에 잘 띄는데, 그건 상대방이 그 실수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전쟁이라는 승부는, 시대라는 일정한 조건 아래서 하나의인간의 의지가 생명이 없는 기계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셀 수 없이다양한 자의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모든 결과이므로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P205
라브루시키는 이것을 알아채고 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그가 누군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말했다.
"입니다. 당신들 쪽에 보나파르트라는 사람이 있고, 그가 전 세계를I정복했다는 걸.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를 겁니다......"
는 이렇게 말했는데, 말끝에 왜 뽐내는 듯한 애국심이 튀어나왔는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통역은 마지막 부분을 생략하고 나폴레옹에게 전했고, 보나파르트는 미소지었다. "젊은 카자크는 위대한 대화자를 미소짓게 했다"고 티에르는 기록했다. 말없이 몇 걸음 나아가다나폴레옹은 베르티에를 돌아보고, 이 돈 강의 아들과 이야기하고 있는사람이 바로 그 황제이고, 승리에 빛나는 불멸의 이름을 피라미드 위에 새긴 황제인 것을 알리면 돈 강의 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보고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전달되었다.
라브루시키는(나폴레옹이 자기를 놀래주려 하고, 자기가 깜짝 놀랄거라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알았으므로) 새 주인의 기분을 맞추려고 곧바로 깜짝 놀란 시늉을 하며 눈을 크게 떴는데, 채찍을 맞으러 끌려갈 때 으레 짓던 표정이었다.- P208
때 으레 짓던 표정이었다. "나폴레옹의 통역이" 하고 티에르는 썼다.
"이 말을 전한 순간, 카자크는 멍하니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동방의스텝을 넘어 그 영명을 떨치던 정복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을 몰고 갔다. 갑자기 수다스러움은 사라지고, 순진하고, 말없는 경이의 감정으로 변했다. 나폴레옹은 그에게 상을 주고, 마치 새가 태어난 들판으로 새를 놔주듯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 P209
그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 움직였다.
"나는 밤새도록 널 불렀다" 그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신 줄 알았으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전 들어오기가 두려웠어요."
그는 딸의 손을 꼭 쥐었다.
"자지 않았어?"
"네. 자지 않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따라하며, 같은 말투로, 마치 혀가 잘 움직이지 않는 듯이 그저 몸짓으로 말하려고 했다.
"내 사랑・・・・・・ 또는 내 친구......" 공작영애 마리야는 알아듣지못했지만, 그가 분명 여태까지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는 부드럽고애정이 넘치는 말을 했다는 것을 그의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왜 와주지 않았니?"
‘그런데도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공작영애 마리야는 생각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고맙다 얘야.. 내 딸, 내 친구・・・・・・ 전부 다. 전부 다…………… 미안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고맙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흘러내렸다. "안드류샤를 불러다오." 그는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는데,
이 부탁을 하는 그의 표정은 어딘가 아이같이 겁먹고 의심스러운 빛을띠었다. 그도 이 부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적어도 공작영애 마리야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오빠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대답했다.
그는 놀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P217
"알겠습니다." 드론은 대답했다.
하코프 알마티치는 더이상 압박하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농민들을 다스려왔고, 그들을 복종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들이 복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하는 순종적인 대답을 듣고 야코프 알파티치는 일단 만족했지만, 군대의 협력 없이는 도저히 짐마차를 모을수 없겠다고 의문을 넘어 거의 확신했다.
저녁때가 되어도 짐마차는 모이지 않았다. 마을 선술집에서 다시 집회가 열리고, 그 자리에서 농민들은 말은 숲으로 놓아주고 짐마차는제공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알파티치는 이에 대해 공작영애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리시예 고리에서 온 말에서 자기 짐을 내리고 그말을 공작영애 마차에 채우라고 명령하고는 경찰서장에게 갔다.- P228
그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대고 움직였다.
"나는 밤새도록 널 불렀다......" 그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신 줄 알았으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전 들어오기가 두려웠어요."
그는 딸의 손을 꼭 쥐었다.
"자지 않았어?"
"네. 자지 않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를 따라하며, 같은 말투로, 마치 혀가 잘 움직이지 않는 듯이 그저 몸짓으로 말하려고 했다.
"내 사랑..
또는 내 친구.. 공작영애 마리야는 알아듣지못했지만, 그가 분명 여태까지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는 부드럽고애정이 넘치는 말을 했다는 것을 그의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왜 와주지 않았니?"
‘그런데도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공작영애 마리야는 생각했다. 그는 잠시 침묵했다.
"고맙다 얘야...... 내 딸, 내 친구・・・・・・ 전부 다. 전부 다…………… 미안고맙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하다………… 고맙다...... 미안하다.
흘러내렸다. "안드류샤를 불러다오." 그는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는데,
이 부탁을 하는 그의 표정은 어딘가 아이같이 겁먹고 의심스러운 빛을띠었다. 그도 이 부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적어도 공작영애 마리야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오빠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공작영애 마리야는 대답했다.
그는 놀라고 겁먹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제2부 217- P217
그러자 공작영애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감사와 상냥함으로 넘치는 표정으로 그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감사할 것 없다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기는커녕 그가 와주지 않았다면자신은 분명히 폭도와 프랑스군에게 피살됐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가너무나 분명하고 끔찍한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구출하려 했다는 데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며, 그것보다 더욱 명백했던 것은, 그가 그녀의 상황과 슬픔을 이해해주는 고결하고 숭고한 영혼의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울어서 눈이 부은 그녀가 자신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함께 눈물지어주던 그의 친절하고 정직한 눈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와 작별하고 혼자 남자 공작영애 마리야는 갑자기 눈물이 고이는것을 느꼈고, 그러자 곧,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묘한 의문이 떠올ㄹ랐다- P254
조프와 대면한 이후 전황 전체에 대해서도, 또 그것을 맡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도 안심하며 연대로 돌아갔다. 이 노인 안에 사적인 것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고, 마치 욕망들의 습성만, 지성(사건들을 그룹지어 결론을 내리는) 대신 사건의 경과를 차분히 관찰하는 능력만 남은것처럼 보일수록 안드레이 공작은 모든 일이 마땅히 되어야 할 대로되어갈 거라 더욱 안심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자기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아무것도 생각해내거나 계획하지 않는다.‘ 안드레이공작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을 기억하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유익한 일은 절대 방해하지 않고, 해로운 것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의지보다 강하고 더 중요한 것, 즉 사건의 필연적인 경과를 알고, 그것을 볼 수 있고,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그 관점에서 사건에 참가하기를 피할 수도 있고 다른 데로 돌려진 자신의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고 안드레이 공작은 생각했다.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장리스의소설을 읽고 프랑스 속담을 인용해도 러시아 사람이기 때문이고, "그렇게까지 되었나!"라고 할 때의 목소리가 떨리고 "놈들에게도 말고기를 먹여주겠어!"라고 할 때 울먹였기 때문이다. ‘쿠투조프가 총사령관으로 선택됐을 때 궁정의 의견에 반해 국민들에게 나타난 의견 일치와일반의 찬동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많은 이들이 막연하게 느끼던 이감정이 토대가 된 것이었다.- P269
황제가 모스크바에서 떠난 뒤 모스크바의 생활은 예전과 똑같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고, 이 생활이 전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애국적인감격과 영광에 찼던 며칠을 상기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러시아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도, 영국클럽 회원들이 어떠한 희생도 각오한 조국의 아들들이기도 하다는 것도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황제가 모스크바에 머문 동안 온 도시를 열광하게 했던 감격에 찬 애국심을 상기시키는 것은 오로지 인원과 금전을 기부하라는 요구뿐이었는데, 이 요구는 갑자기 법률적이고 공적인 형태가 되어 아무래도 피할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닥쳐오는 커다란 위험을 알아챈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것처럼, 적이 모스크바로 접근해 오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상황에 대한 모스크바사람들의 생각은 조금도 진지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경박해졌다. 위험이 닥쳐오면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으레 두 개의 목소리가 똑같이 강하게 말하기 시작하는데, 하나의 목소리는 위험의 성질을 잘 파악해 벗어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무척 이성적으로 말하고, 또하나의 목소리는 모든 것을 예견하고 사건의 전반적인 움직임에서 달아나는 것은인간의 힘에 부치고 위험을 생각하는 것은 괴롭고 고통스러우니 그것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는 외면하고 즐거운 일만 생각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더욱 이성적으로 말한다. 혼자일 때 인간은 대개 첫번째 목소리에 따르지만, 집단사회는 두번째 목소리에 따른다. 지금 모스크바 시민의 경우가 그랬다. 모스크바가 이해만큼 흥겨웠던 적은 오래도록 없270-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