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한다고 하면 보통 무엇부터 떠올릴까. 예식장, 집, 혼수, 신혼여행,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 그런데 정작 결혼한 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까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본다고 해도 막상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는 막연할 수 있다.
요즘 나에게 결혼이라는 단어는 예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나이도 그렇고, 이제는 연애 역시 결혼을 자연스럽게 염두에 두고 시작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요즘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나는 어떤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시점에 책들을 정리하다 다시 손에 잡힌 책이 서상복 목사님의 <결혼 플랫폼>이다.
이 책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결혼의 목적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우리는 흔히 결혼하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결혼이 ‘내가 원하는 행복’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면 결국 자기중심적인 가정을 만들기 쉽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혼의 방향을 ‘하나님 나라’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실 여기까지는 다른 성경적 결혼 관련 책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목차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주제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1장에서는 결혼의 근원을 살펴보고, 2장에서는 결혼을 하나의 나무로 설명하며 자기 부인, 하나 됨, 사랑, 관계, 책임, 하나님 나라를 뿌리와 줄기, 열매의 구조로 풀어낸다. 3장에서는 아브라함 언약과 모세 언약, 가나 혼인 잔치, 새 언약을 통해 성경에서 결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고, 4장에서는 결혼 예배의 순서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도 4장이었다. 신학을 공부하면서 친구 목사와 결혼관이나 결혼 예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 나름대로 어렴풋하게 생각해 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신랑과 신부의 입장부터 레드카펫, 의상, 반지, 결혼서약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지나치는 장면들을 성경적인 의미와 연결해 설명한다. 평소에는 예식의 한 과정으로만 보았던 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책의 구성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성경을 중심으로 내용을 풀어가면서 저자가 30년 넘게 상담과 가정사역을 하며 쌓은 경험, 그리고 실제 결혼생활에서 얻은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각 장의 내용을 돌아보고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부분이나, 결혼 예배 시나리오와 주례사까지 담은 부록도 실제적인 활용을 생각한 흔적이 보인다.
사실 이 책은 3년 전에 구매했다. 당시에도 조금 읽었지만, 계속 쏟아지는 책들에 밀려 어느새 뒤로 미뤄두게 됐다. 그러다 이번에 책장을 정리하면서 다시 꺼내 들었다. 같은 책인데도 지금 읽으니 그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용들이 보였다. 특히 결혼이 이제 내게 조금 더 현실적인 주제가 되어서인지, ‘결혼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전보다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연애를 잘하는 것과 결혼을 잘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만 이 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나 연애 중인 사람이라면 앞으로 어떤 가정을 만들어 갈지 생각해 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고, 이미 결혼한 부부라면 지금 자신의 가정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결혼 준비는 예식장을 알아보는 것보다 훨씬 먼저 시작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누구와 결혼할지를 고민하기 전에, 나는 하나님 앞에서 어떤 남편이 될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결국 결혼은 배우자를 찾는 일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나님을 바라볼 사람으로 내가 먼저 준비되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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