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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꽃의 서재
  • 빙그레 탐험대 인 서울
  • 정명섭
  • 12,600원 (10%700)
  • 2026-01-05
  • : 285

서울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잘 모르는 도시다.



광화문을 지나고, 경복궁 앞을 서성이며, 한양도성의 돌담을 바라보면서도 그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과 이야기를 깊이 떠올려 본 적은 많지 않았다. 더구나 누군가 “이 건물이 왜 여기 있을까?”라고 물을 때면, 아는 듯하지만 막상 설명은 쉽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도 떠오른다. 이 책은 바로 그 빈틈에서 출발한다.



<빙그레 탐험대 in 서울>은 역사적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탐험 동화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빙그레’의 실종이라는 미스터리한 서사로 문을 열고, 다섯 아이가 서울 곳곳을 누비며 ‘빙그레 코드’를 추적해 나간다. 경복궁, 종묘, 한양도성 같은 장소가 이야기의 핵심 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독자를 자연스레 서울의 시간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야기를 이끄는 아이들의 조합도 매력적이다. 호기심 많고 유쾌한 해지, 운동신경이 좋은 모성, 분석이 강한 종이, 조용하지만 자기 생각이 뚜렷한 지영, 그리고 풍부한 역사 지식을 가진 이나까지. 각자의 개성이 서사를 흩뜨리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빈틈을 채워 주고, 모험은 ‘누가 해결하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움직이느냐’를 보여주는 과정이 된다.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이 역사를 설명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복궁의 현판 한 글자를 단서 삼아 조선의 제도와 역할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해치상을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상징과 오늘의 의미가 부드럽게 연결된다.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도록 만드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아이 독자뿐 아니라 어른 독자에게도 지적 즐거움을 준다.



QR코드와 현장 가이드는 책의 경험을 한 번 더 확장시킨다. 이는 책을 덮은 이후에도 탐험이 계속된다는 느낌을 만든다. 작가의 목소리로 문화유산을 들을 수 있다는 구성은, 읽기와 체험 사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물어 준다. ‘책을 읽고 나서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란 말이 딱 맞는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유효하다고 느꼈다. 아이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 다시 읽다 보면, 정작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역사적 맥락들이 다시 선명해진다. 서울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생활 반경을 넘어, 수백 년의 선택과 흔적이 켜켜이 쌓인 결과라는 사실도 새삼 느껴지게 된다.



<빙그레 탐험대 in 서울>은 역사에 흥미를 붙이고 싶은 아이에게 좋은 첫 문이 되어줄 것이다. 서울을 새롭게 걷고 싶은 부모, 살아 있는 역사 수업의 소재를 찾는 교사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다. 재미있게 읽다 보면 어느새 역사를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이 이 책의 힘이다.



서울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걸로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하다. 이야기를 따라 걷다 보면, 익숙한 도시가 낯설게 열리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 참고로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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