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다.
‘리터러시’라는 단어를 처음 제대로 마주한 때가.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나 숏폼 콘텐츠가 문제라는 지적은 이미 익숙한 말이 되어 있었지만, 그 현상을 붙잡아 설명해 줄 언어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던 시기였다. 문제는 분명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에 가까웠다.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리터러시(literacy)의 원뜻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다. 한국어로는 문해력이나 독해력, 이해력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단어는 시간이 흐르며 의미가 확장되었다. 이제 리터러시는 글자를 해독하는 능력을 넘어,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맥락 속에서 판단하는 힘을 가리킨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걸러낼지 분별하는 능력에 더 가까운 말이 되었다.
요즘 리터러시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같은 표현들은 급격히 바뀐 매체 환경 속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사고의 태도를 가리킨다. 이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느냐’에 관한 질문이다. 그래서 이 단어는 유행어라기보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져진 하나의 문제의식처럼 느껴진다.
그 무렵, 담임 목사님이 <스마트폰 리터러시>를 출간하셨고, 책을 선물받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지금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 할 사회적 주제를 정면에서 다룬 기록에 가까웠다. 실제로 책은 뇌과학, 심리학, 사회적 맥락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과몰입의 구조를 짚어 나간다. 이미 고민하고 있던 문제였기에 이질감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하나의 틀로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스마트폰 문제를 도덕이나 개인의 의지 문제로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스마트폰 과몰입을 ‘행위 중독’의 한 형태로 설명하며, 도파민 보상회로의 작동, 감정 조절력의 약화, 관계의 단절 같은 변화들을 차분히 연결해 간다. 하루 6시간 이상의 사용을 과몰입 경계선으로 제시하는 대목에서는, 이 문제가 특정 연령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이미 청소년을 넘어 청년과 중장년층까지, 온라인 환경에 깊이 잠겨 있는 시대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최근의 변화들이 떠올랐다. 영상 콘텐츠는 길이보다 속도를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생각할 틈 없이 결론부터 던지는 숏폼이 일상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문해력과 집중력, 사고의 깊이가 함께 얕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알고리즘을 통해 강화되는 확증편향, 분노와 혐오를 자극하는 콘텐츠의 반복 노출은 감정 소모를 키우고, 현실의 관계를 예민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이러한 현상들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구조와 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 반응하는 인간의 특성을 함께 바라본다.
특히 눈길이 갔던 부분은 ‘디지털 프리존’에 대한 제안이었다. 스마트폰을 무작정 멀리하자는 처방이 아니라, 사용의 환경과 기준을 다시 세우자는 접근이다. 자칫 뻔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 책은 그 안을 성급하게 건너뛰지 않는다. 예방의 핵심을 ‘금지’가 아니라 ‘이해’에 두고, 중독의 원리를 아는 일과 환경적 개입이 함께 가야 함을 차분히 풀어낸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언제, 어떤 기준으로 제공할 것인지, 사용 이후에는 어떤 대화와 피드백이 이어져야 하는지, 나아가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까지 세밀하게 짚는다. 그래서 이 제안은 원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삶의 장면으로 옮겨질 수 있는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이 책이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회복 가능성을 분명히 말하기 때문이다. 도파민에 길들여진 뇌도 회복될 수 있고, 관계 역시 다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혼자서 버텨내는 방식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 공동체가 함께 기준을 세우고 언어를 만들어 가는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실천적이다.
스마트폰은 사라지지 않는다. 멀리할 수도 없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이 도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 책은 그 질문 앞에서 생각할 수 있는 틀과 언어를 제공한다. 무엇을 선택해야 한다고 단정하지 않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다.
스마트폰 문제로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부모에게, 교실과 가정에서 방향을 고민하는 교사에게,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지키고 싶은 청년과 어른에게 이 책을 권한다. 기술을 넘어, 다시 사람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첫 질문이 필요하다면, 이 책은 충분히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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