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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꽃의 서재
  • 감정 사전
  • 단춤
  • 16,200원 (10%900)
  • 2025-07-03
  • : 3,227

감정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지만, 그 정체를 선명하게 알아챈 적은 많지 않았다. 어떤 날은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괜찮다고 애써 넘기고 나면, 그 감정은 더 낯설어져 있었다. 도대체 이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렇게 이름도, 성격도 모르는 감정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릴 한 때가 있었다.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을 붙잡혔다. 이 책은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름 붙이고, 다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조용한 연습장처럼 다가왔다.



<감정 사전>은 사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마음에 관한 에세이와 짧은 만화가 섞인 다정한 책이다. 총 50개의 감정을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1부는 ‘나만의 속도를 찾아서’, 2부는 ‘손에 쥐어준 다정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각각의 단어는 국어사전적 정의와 함께, 작가 단춤이 재해석한 감정의 정의로 이어진다. 그 옆에는 에세이와 함께 귀엽고 따뜻한 그림이 짝을 이룬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만 자주 지나쳐버리는 감정들을 매우 섬세한 언어로 포착해낸다는 데 있다. '생경하다', '의식하다', '회피하다' 같은 다소 추상적인 단어들도, 작가의 경험을 통해 구체적인 표정과 장면을 가진 감정으로 되살아난다. 감정이 단순히 느끼는 것을 넘어서, 이해하고 연습해야 할 어떤 것처럼 여겨진다.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내가 자주 택한 방식은 감정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오늘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찬찬히 쓰다 보면 어느새 감정의 파도에서 조금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막상 쓰려 하면 어떤 단어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바꿔주는 사전, 그 예가 바로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불안하다’는 감정을 이 책은 초조함 딱 한 단어로 정의하지 않는다.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저 혼자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감각’이라 표현한다. 그 말이 머릿속에 남는다. 그렇게 단어 하나로 감정을 이해하게 되면,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오히려 나를 이해하는 데 쓰이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나도 단어들을 내 방식대로 정의해보고 싶어졌다. 익숙했던 말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잘 몰랐던 감정에는 이름을 붙이고. 그렇게 나만의 ‘감정 사전’을 써내려가다 보면, 조금 더 다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조심스럽게 감정을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전한다. 이 책, 다정한 위로가 있다. 이 책에서 작고 단단한 삶의 태도를 만들어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밀도가 느껴진다.



감정 앞에서 자주 머뭇거리는가?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누군가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싶은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살펴보아라. 그저 사전적 의미로만 정의내리지 말고, 조금은 시적으로, 조금은 생활의 언어로 느껴보아라. 이 책을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보면 그 단어들이 당신에게도 다정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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