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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꽃의 서재
  •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 유키 신이치로
  • 13,950원 (10%770)
  • 2023-04-10
  • : 963
한 권의 책이 이토록 영화처럼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 줄 몰랐다.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것도 잠시, 한 장 넘길 때마다 새어 나오는 위화감, 예측을 배반하는 반전, 그리고 기묘할 만큼 현실적인 설정은 읽는 이를 끝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유키 신이치로의 《#진상을 말씀드립니다》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을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풀어낸, 매우 컨템포러리한 단편집이다.

이 책은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의 무대는 특별하지 않다.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 데이트 앱에서의 만남, 온라인 회식, 유튜브 채널 운영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이다. 그러나 그 익숙함 안에서 느껴지는 작은 이물감이 점점 자라나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특히 <#퍼뜨려주세요>는 제7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사건의 시작이 어디였는가’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독자를 혼란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공포와 인간 심리를 예리하게 해부한다. 그 밖에도 <매칭 어플>은 만남이라는 설렘 뒤에 감춰진 어두움을, <삼각간계>는 비대면 관계 속 위선과 본성을, <판도라>는 SNS를 통해 연결된 낯선 관계의 위험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작가의 서술 방식은 무척 절제되어 있다. ‘자극적 전개’보다 ‘차분한 불안’을 택하는 스타일은 독자에게 더욱 깊은 몰입과 오싹함을 안긴다. 변화구 없이 정통에 가까운 구성임에도, 결말에 이르렀을 때 느껴지는 충격은 대단히 날카롭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읽은 책이었다. 매 편마다 깔끔하게 배치된 복선이, 어느 순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허물고, 아주 다른 진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사건의 실체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지만, 그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는 깨달음이 뒤늦게 찾아온다. ‘조금만 집중했더라면’ 알 수 있었던 복선들이 떠오르며, 다시 첫 장을 넘기고 싶은 충동마저 들게 한다.

마치 치밀하게 설계된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한 기분. 반전이 단순히 트릭으로 머물지 않고, 현대 사회가 가진 단면(욕망, 관계, 고립, 왜곡된 소통)을 통찰하게 한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읽는 내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몰입했지만, 책을 덮은 뒤엔 묘한 여운과 질문이 남았다. “나는 과연, 진상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술과 문화, 관계의 풍경을 아주 날카롭게 포착해낸 이 작품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불안과 충돌 속에 놓여 있는지를 예리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이후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난 뒤, 책을 접한 경우다.​


현대라는 배경이 도구가 되는 순간, 미스터리는 훨씬 더 현실적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걸 아주 성공적으로 해낸다. 당신도 이 반전의 게임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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