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끝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주꽃 2025/09/1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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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 유키 신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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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 - 2023-04-10
: 963
한 권의 책이 이토록 영화처럼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 줄 몰랐다.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것도 잠시, 한 장 넘길 때마다 새어 나오는 위화감, 예측을 배반하는 반전, 그리고 기묘할 만큼 현실적인 설정은 읽는 이를 끝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유키 신이치로의 《#진상을 말씀드립니다》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을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풀어낸, 매우 컨템포러리한 단편집이다.
이 책은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이야기의 무대는 특별하지 않다.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 데이트 앱에서의 만남, 온라인 회식, 유튜브 채널 운영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이다. 그러나 그 익숙함 안에서 느껴지는 작은 이물감이 점점 자라나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특히 <#퍼뜨려주세요>는 제7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사건의 시작이 어디였는가’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독자를 혼란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공포와 인간 심리를 예리하게 해부한다. 그 밖에도 <매칭 어플>은 만남이라는 설렘 뒤에 감춰진 어두움을, <삼각간계>는 비대면 관계 속 위선과 본성을, <판도라>는 SNS를 통해 연결된 낯선 관계의 위험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무엇보다 작가의 서술 방식은 무척 절제되어 있다. ‘자극적 전개’보다 ‘차분한 불안’을 택하는 스타일은 독자에게 더욱 깊은 몰입과 오싹함을 안긴다. 변화구 없이 정통에 가까운 구성임에도, 결말에 이르렀을 때 느껴지는 충격은 대단히 날카롭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읽은 책이었다. 매 편마다 깔끔하게 배치된 복선이, 어느 순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허물고, 아주 다른 진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사건의 실체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지만, 그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는 깨달음이 뒤늦게 찾아온다. ‘조금만 집중했더라면’ 알 수 있었던 복선들이 떠오르며, 다시 첫 장을 넘기고 싶은 충동마저 들게 한다.
마치 치밀하게 설계된 스릴러 영화를 본 듯한 기분. 반전이 단순히 트릭으로 머물지 않고, 현대 사회가 가진 단면(욕망, 관계, 고립, 왜곡된 소통)을 통찰하게 한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읽는 내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몰입했지만, 책을 덮은 뒤엔 묘한 여운과 질문이 남았다. “나는 과연, 진상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술과 문화, 관계의 풍경을 아주 날카롭게 포착해낸 이 작품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불안과 충돌 속에 놓여 있는지를 예리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이후 실사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난 뒤, 책을 접한 경우다.
현대라는 배경이 도구가 되는 순간, 미스터리는 훨씬 더 현실적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걸 아주 성공적으로 해낸다. 당신도 이 반전의 게임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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