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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부족님의 서재
  • 죽음에 이르는 꽃
  • 로카고엔
  • 19,800원 (10%1,100)
  • 2024-11-14
  • : 1,740

죽음에 이르는 꽃 (2024년 초판)

저자 - 로카 고엔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RHK

정가 - 22000원

페이지 - 391p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가까이 하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꽃

오랜만에 집어든 호러소설이다. 아마도 '오다 마사쿠니'의 [화 : 재앙의 책]이후로 처음인듯 하다. 같은 일본이기 때문일까. [화]와 마찬가지로 무겁고 축축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불쾌감이 전신을 휘감는 작품이다. 하지만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여 도저히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마치 니코의 검은 마수에 사로잡힌 기분이랄까.

폭군으로 가족위에 군림하던 요시유키가 죽고, 홀로 남은 기미코는 장남 유이치의 집에 얹혀 살게 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며느리 미사키는 진절머리가 나게 된다. 이제껏 감추고 있던 시어머니 기미코의 본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매사에 간섭하고 들들 볶는다. 자폐인 딸 이치카를 핑계로 비수 같은 말들을 쏟아낸다. 가계 사정은 생각지 않고 흥청망청 카드를 긁어댄다. 어쩔 수 없이 전업주부였던 미사키는 마트에 취직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날. 마트에 가기 전 잠시 카페에서 숨을 고르던 미사키 앞에 나타난 묘령의 남성. 백옥 같은 피부와 모든 것을 꿰뚫는 눈을 가진 남자는 자신을 니코라 소개한다. 어느덧 집안 사정을 모두 털어놓을 정도로 마음을 연 미사키에게 니코는 의문의 나무 관을 건네며 이것이 '결산의 관'이라 설명하는데....

히스테릭한 시어머니. 외면하는 남편. 장애를 가진 딸. 집 안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미쳐버릴것 같은 며느리의 감정이 텍스트 밖으로 전달되어 나까지 숨이 막힐 지경. 신비로운 남자 니코의 존재가 신비로움을 더하고. 그가 건넨 '결산의 관'으로 이제 그녀의 집에 남은건 파국 뿐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소재로 공포를 증폭시킨다. 성서(?)를 모티브로 한 것 같으나 신자가 아닌 관계로 작품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으나, 서늘함은 느끼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첫번째 단편인 미사키 가족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 다음은 유이치의 동생 유조의 가족에게 마수가 뻗친다. 그렇다. 이 작품은 요시유키 일가의 연작되는 이야기이다. 모든 이야기에 신비로운 남성 니코가 등장하여 반전의 핵심이 되는 물건을 건넨다.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흐뭇한 미소를 띄며 바라보는 니코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인간에게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악마 '아자젤'? '이토준지'의 [사자의 상사병]의 남자의 모습이 니코와 겹쳐진다.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무능한 가장을 조롱하고,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타는 간절함을 비웃는다. 호러소설이지만 이야미스로서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래서 기분 나쁘면서도 다음 페이지를 갈구하게 되는 것이다. 날카롭고 세련된 문장, 섬세한 심리묘사. 위험한 수위. 강렬한 결말까지.

너무나 매혹적이고 세련된 '로카고엔'의 작품이 좀 더 국내에 소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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