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고 1년 동안 묵혔던 책이다. 일각서점에서 발견하고는 표지가 너무 화사해서 집어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야 읽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교육 때문에 여의도로 갔다가 버스 안에서 틈틈히 읽어서 완독했다. 버스 안에서 편도 두 시간, 왕복 네 시간을 보냈다. 내릴 때 교통카드를 찍으니 추가요금이 500원이나 붙더라. 싯다르타의 고행을 몸소 느끼며 독서했다.
교육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해가 길어서 초저녁 같지 않았다. 버스 차창 밖으로 푸릇푸릇한 모가 심어진 호조벌이 있었다. 펼쳐진 논 너머로 해가 지는 풍경을 보니 내가 그 논이요, 석양이 되는 것 같았다. 물아일체. 나는 싯다르타를 읽고 있었던 게 아니다. 내가 싯다르타였다.
여전부터 들어온 이 책의 제목만 보고는 석가모니, 즉 고타마 싯다르타의 생애를 소설화한 작품인 줄 알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싯다르타는 가공의 인물이었다. 세존 부처 고타마 싯다르타는 까메오(?)로 출연한다.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 없다.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다.‘
싯다르타는 말로 이루어진 가르침은 공허하다는 걸 알고 직접 부딪치는 삶을 살았다.
나는 등장인물인 싯다르타와 고빈다에게서 골드문트와 나르치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싯다르타> 이후에 헤르만 헤세가 내놓은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