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팬클럽을 만들었다
책덕후 2025/08/15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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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미영 팬클럽 흥망사
-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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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25-07-25
: 2,291
현대문학에서 도서를 제공받음
복미영은 자주 침을 뱉는다. 누군가를 돕고 좋아할수록 더 침을 뱉는다. 침을 삼키는 것보다 뱉는 게 덜 더럽다고 믿는다. 좋아하는 연예인마다 사건이 터져 ‘쓰레기를 잘 알아본다’는 조롱을 듣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애정을 받는 데 서툰 그는 미친개와 무지개 중 무엇을 볼지 결정하지 못해 결국 둘 다 놓쳐버리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 팬클럽을 만들었다. 팬을 직접 고르고 역조공도 하는, 자기만의 미친 방식으로.
소설이 끝나도 복미영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누군가를 정말 안다는 것이 가능할까. 사람에게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함께 있고 좋은 점이 때로는 나쁘게 발현되기도 한다. 나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행동이 누군가에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이 되기도 하고.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볼품없는 내 모습과 남에게 좋아 보일 내 모습, 그리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내 모습을 번갈아 떠올렸다.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복미영을 이상한 사람이라 단정 짓는 대신 그 속에 담긴 평범함을 꿰매어 보려 했지만 그조차도 결국 사람을 내 틀에 맞추려는 시도였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런데 나는 남에게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말을 내게는 함부로 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실례잖아.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것도, 아니 어쩌면 나 같은 거라서 오히려 팬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 복미영은 생각했다. 만들자. 복미영 팬클럽. 내가 복미영의 팬이 되어주자.”
그 대목에서 나도 나만의 팬클럽을 만들었다. 팬은 나 하나여도 좋았다. 남에게 자주 하는 좋은 말을 나에게도 해주기로 했고 내가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좋은 면만 콕 집어 보기로 했다.
이 소설에는 여러명의 이모들이 등장한다. 여성끼리 북클럽을 한다는 명목으로 모여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기대고 각자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함께 각색하며 돈독해진다. 그들은 산책이나 책 수선, 버리기처럼 각자 하나씩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다. 나는 그중에서도 ‘헤매기 아티스트’라는 표현이 마음에 남았다. “헤맨 자리만큼 자신의 땅이 된다고.” 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내 땅이 넓어질 만큼 헤맸다. 인물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깊어질수록 소설의 끝이 어디로 갈지 짐작할 수 없었고 그만큼 내 마음속 지도는 멋대로 넓어졌다.
많이 헤맸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묘하게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미친개와 무지개 중 무엇을 찾으러 갈지 고민하다가 결국 둘 다 찾지 못했지만 내 길이 조금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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