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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부링님의 서재
  •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 이기호
  • 17,820원 (10%990)
  • 2025-07-17
  • : 18,696
“사랑은 예측 불가능한 일을 겪는 거야.” 아빠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건 더 그래.”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함께 살았던 강아지가 자꾸 떠올랐다. 좋은 기억뿐만 아니라 미안하고 슬픈 기억도 함께 스쳤다.
처음 강아지를 만났을 때, 두 발로 콩콩 뛰며 나를 올려다보던 눈빛. 그 순간 집으로 데려가지 않을 수 없었던 그때가 생생하다.

소설 곳곳에는 강아지와 함께 산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일화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을 찌른 구절이 있었다.

“생각해보세요. 강아지들에게 계단은요, 길이 아닙니다. 그건 그냥 벽일 뿐이에요. 걔들은 그걸 계속 넘어다니는 겁니다.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말이에요.”

강아지의 체구와 신장을 생각했을 때, 계단이란 얼마나 큰 벽이었을까. 왜 나는 단 한 번도 이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작고 여린 강아지가 나와 함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던 장면이 떠올라 미안함이 몰려왔다.

이 소설의 화자는, 함께 살던 강아지가 알고 보니 유럽 왕실에서 키우던 혈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 강아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이시봉은 지금 행복한가? 나는 이시봉과 내가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왔다고 생각했다. 이시봉은 명랑했고, 나는 이시봉에게 귀를 기울였으니까. 어떤 사고가 있었고, 그 사고가 우리를 조금 특별한 관계로 만들어주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건 단지 내 입장이 아니었을까? 이시봉은 내가 없어도, 아니 나 없는 곳에서 더 명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나 역시 강아지를 입양한 뒤 한동안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혹시 나중에 원래 가족이 나타나서 데려가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 가족이 훨씬 부유하고 강아지를 잘 보살필 수 있는 환경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서인지 저 구절이 더 깊이 와 닿았다.

이야기 전개와 결말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지만
동물과 함께 살아본 사람이라면 지뢰처럼 터져 나오는 아픈 문장들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하고, 시봉이의 귀여운 행동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떠올리게 하며 미소 짓게 할지도 모른다.


문학동네에서 도서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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