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은 참으로 개인적인 기억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여행기가 그 여행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반대로 고행이 주는 교훈을 과장하는 것에 대한 체험에서 오는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예쁜 표지나 출판사의 이름이 주는 신뢰가 아닌 궁금증이었다.
우선 열여덟살에 혼자서 여행을 떠나고 또 그것을 책으로 펴낸다는 것 자체가 주는 신선함에서 오는 '도대체 어떤 녀석이길래'하는 궁금증이었다.
그리고 책을 펼쳐든 나는 순식간에 이 책을 에필로그까지 읽어 내렸다. 그리고 따뜻해졌다.
이 책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기를 강요하지도 않고 공부가 가장 쉬워 한예종에 갔어요라고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평범하고 선생님말씀 잘 듣는 한 여자 아이가 그저 사람이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이야기 하다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그 시절을 '답게'보내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일어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단순한 꿈이었던 보라의 여행이 지인들과 은인들의 도움으로 현실이 되고, 오랜 여행에서 글에 굶주린 보라가 그의 오두막인 블로그를 통해 책을 전달받는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외치고 있다.
요즈음 '대안'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 듯하다. 대안이 필요한 사회인가 보다.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 질주하는 시스템에 오르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힘있고 희망찬 메시지를 던져준다. 보라가 우리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바로 대안에 대한 희망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