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선물로 받은 500피스 퍼즐이 떠오른다.
받은 자리에서 꺼내서는 낮밤이 바뀌는 것도 모르고 꼬박 한 판을 다 맞추어 내고야 말았다. 하나의 조각도 빠짐없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니,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선물처럼 나타났다.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완성된 퍼즐을 넣을 액자를 사 달라고 부모님을 졸랐고, 주말에 사러 가자는 약속을 받아냈다.
액자를 사러 다녀온 날, 완성한 그대로 책상 위에 고이 모셔두었던 퍼즐에서 한 조각이 사라졌다. 온 집안을 뒤집고 온 가족을 들쑤시며 찾아다녔으나 찾지 못했다. 퍼즐이 사라진 데에는 분명 누군가의 실수 혹은 잘못이 있었겠으나,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액자는 며칠간 비어있었다. 내가 사라진 한 조각을 찾을 때까지 절대 넣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다. 오며 가며 퍼즐을 볼 때마다 텅 빈 자리만이 눈에 들어왔다. 퍼즐을 맞추느라 들인 노력이 몽땅 허무하게 느껴져서 볼 때마다 속이 상했다. 어질러진 책상에 심란했던 엄마가 나서서 겨우 퍼즐을 액자에 넣었다.
지금도 내 방 한쪽에 그 액자가 놓여있다. 이제는 나머지 499개의 조각에 눈이 간다. 충분히 만족스럽다. 단순히 흘러간 시간 때문인지, 나의 마음과 시야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더 이상 빈 자리가 속상하지 않고, 사라진 한 조각을 채울 방법을 궁리하지도 않는다. 누가 빈 자리를 콕 짚어내도 상관없고, 언젠가 다시 내 마음에 걸린다면 그때 가서 다른 걸로 하나 만들어 끼워 넣지 뭐.
감히 내가 멋대로 한 사람의 생을 퍼즐에 빗댈 수도, 사람의 부재를 퍼즐의 분실과 견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읽어낸 작가님의 시선은 자신의 세상을 한 판의 퍼즐로 두고 보는 것처럼 넓었다. 어릴 적부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맞춰진 작가님의 세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를 비롯한 누구나 살다 보면 퍼즐을 잃어버린다. 사람마다 퍼즐에 나타난 그림이 다르듯, 사라진 퍼즐도 다르다. 그래도 미완성은 아니다. 없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가 되어 존재하니까, 그 또한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