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베이킹 가능?
바깥나라구경 2021/09/06 22:08
바깥나라구경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오픈, 홈카페
- 솜솜이(박성미)
- 16,650원 (10%↓
920) - 2021-04-09
: 244
우리 가족은 빵과 친하지 않다. 어릴 땐 곧잘 먹었고, 꽤 좋아했던 기억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에게 지독한 밀가루 알러지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날로 빵은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우리엄마의 '절대 싫어' 삼대장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게 내 생애 몇번 없는 식성 변화기에 때마침 맞물렸기 때문일까. 나는 어느새 돈 주고 빵을 사먹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별 감흥이 없었다. 우리집엔 먹을 사람도 없는데다가, 태어나서 한 번도 베이킹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다른 세상 이야기. 시큰둥했다. 무심하게 디저트 사진들을 하나하나 구경했다. 내가 이렇게 만들 수 있으면 카페를 차리지, 투덜대면서.
그러다가, 홀린 듯이, 핸드믹서를 주문했다. 태어나서 처음 가져보는 물건이다. 그리고 엄마한테 말했다. 집에서 빵 만들거라고.
아주 오랜만에 빵 사진을 보고 맛이 궁금해졌다. 내가 그 맛을 내는 과정이 그림처럼 그려졌다. 정해진 재료를 딱 맞게 준비해서 번호가 매겨진 순서들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약속처럼 뿅 하고 빵이 나올 것만 같았다.
달콤한 상상에 젖은 채로 책의 맨 앞 '시작 전' 파트로 갔다. 필요한 기본 재료와 도구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 근데 난 가진 게 하나도 없었다. 뭐부터 마련해야 하나 눈앞이 잠깐 캄캄해졌다. 우선 이 중에 제일 가지고 싶은 것 하나만 사자. 그게 핸드믹서였다. 일단 머랭이라도 쳐보고 싶었다.
엄마한테 오븐 얘기까지 꺼냈다가 잔소리를 한바가지 먹었다. 저기 어디 구석에 처박혀있는 낡고 작은 광파오븐이나 꺼내 쓰란다. 먼지 앉은 오븐을 꺼내 다시 손길을 입히려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치만, 조만간 꼭 해볼 거다. 특히 수제 치즈케이크. 버킷리스트 업!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