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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님의 서재
  • 과학, 세상을 보는 눈
  • 최무영
  • 14,000원 (700)
  • 2020-04-30
  • : 175

근대에 접어들며 학문의 분화가 가속화되었다. 현대에는 과학이라는 학문 내에도 수많은 분과학문이 존재한다. 각 분과학문은 다른 분과학문과 엄밀히 구분된다. 이렇게 과학 내에서도 학문간의 경계가 확고한데, 그 범위를 넓혀 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 등을 생각해보면 각 분야는 서로 독립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각각의 분야는 철저히 개별적으로 연구되어왔다. 학제간 연구는 최근 들어서야 막 시도되고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과학과 인문학은 정반대의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보편적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문과와 이과가 만들어졌다. 문과는 인문학을 중심으로 배우고 이과는 과학을 중심으로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특정 학문에만 몰두하고 타 학문을 학습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복잡한 문제들은 개별 학문에 대한 지식만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 이슈나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을 생각해보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적 고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다양한 영역의 학문적 통합을 시도함으로써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



<과학, 세상을 보는 눈>의 저자 최무영 교수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물리과학, 생명과학, 사회과학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써 '통합과학(integrated science)'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통합과학은 물질, 생명, 사회를 아울러 함께 해석하는 학문이다. 과학적 사고로 과학뿐만 아니라 인간과 문화에 대해서도 탐구한다. 특히 저자는 복잡계 과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복잡계로서의 물질, 생명, 사회를 해석하는 관점, 이른바 복잡성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그리고 물질과 생명, 과학과 사회, 과학과 인문, 과학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고찰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대로 과학과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간의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물은 10^24개 정도 되는 엄청난 수의 H2O 분자들로 이루어진 뭇알갱이계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물이 어는데, 이러한 현상은 분자들 간의 협동현상이다. H20 분자 하나만 보면 그것이 물인지 얼음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컵의 물처럼 많은 수의 H2O 분자가 모이면 분자들끼리의 상호작용에 의해 집단성질이 변화해 얼음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구성원 하나하나의 성질과는 관계없이 협동현상에 의해 집단성질이 나타나는 현상을 떠오름(emergence)이라고 한다.



이 개념은 생명과학에도 적용된다. 생명체의 기본 구성 단위는 세포이다. 세포는 많은 수의 단백질, 지질, DNA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분자 하나하나에는 생명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같은 분자들이 매우 많이 모이면 세포를 형성한다. 이 또한 뭇알갱이계의 일종이다. 따라서 이러한 뭇알갱이계에서는 생명이라고 부르는 신비로운 현상이 생겨난다. 또한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떠오름 현상은 자주 발견된다. 교통흐름에서 차량의 흐름을 낱칸 자동기계로 보고,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발생하는 교통체증 등을 고찰하여 교통체계의 복잡성, 그리고 그에 동반되는 성질인 떠오름을 밝힌 연구 결과가 있다. 이처럼 복잡계의 관점에서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 등을 살펴보면 각 학문들의 공통점이 많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 분야에도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어 통합학문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21세기는 실제 자연과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데에 중점을 둔 연구가 많이 진행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여기에는 복잡성 패러다임과 정보가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에 통합적 사고를 가진 인재가 절실하게 필요해진다. 현대인들은 특정한 분과 학문에만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사고를 가지고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또한 논리와 상상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소통과 협동 능력을 길러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해 종합적으로 성찰할 줄 아는 지혜를 품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미래에 학자를 꿈꾸는 나로서 전공 분야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합리적인 이성을 바탕으로 논리적, 과학적으로 사고하되 다양한 학문에 대해서도 그러한 과학적 태도를 견지하여 여러 학문에 대한 체계적이고 엄밀한 지식을 습득하고 싶다. 통합적 사고의 중요성과 의미를 느끼게 해준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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