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문제는 범국가적 문제다. 연구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내 미세먼지의 30~50% 정도가 중국발이고, 고농도 시에는 70~80% 정도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 일본 등 인접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중국의 환경 문제에 대해 중국인이 아닌 우리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환경학자인 전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김성일 교수는 <베이징 스모겟돈>을 통해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고, 수십 년에 걸쳐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 왔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독일과 한국의 성공적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중국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말한다.
사실 중국의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모두가 알 것이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중국 정부에서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여왔고,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였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중국은 근 10~20년 동안 환경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전에 교토의정서에서는 다른 참여국이 선진국인 것과 달리 중국은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정상회의 이후 중국의 태도는 상당히 변했다. 점진적으로 석탄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제고하기 위해 과학 기술을 활용한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 변화는 환경 문제가 직접적으로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고, 중국내 집권 세력이 젊고 구제적인 시야를 갖춘 지식인들로 점차 변화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제협력에서 이러한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이전에는 은폐하던 환경 데이터를 대대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또한 석탄에너지를 대체할 재생 에너지와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또한 대기업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에너지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석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차량, 산업시설, 발전소를 통제하고 있다. 2014년에는 '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2020년까지 석탄 소비량 1억 6,000만 톤을 감축하고, 비화석 에너지의 사용률을 15퍼센트로, 2030년까지 20퍼센트로 향상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강력한 정책의 효과가 지금 당장 눈에 띄는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히 이전과 비교했을 때 중국 정부의 태도가 더욱 적극적이고 강경하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말만 해놓고 실천은 지지부진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결단력 있게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 눈에 보이는 긍정적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수 있고, 몇 년 또는 몇 십년의 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더욱 적극적이고 혁신적으로 정책 변화를 주도해야 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
저자 김성일 교수는 중국의 환경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 번째로, 중국 정부의 거버넌스 능력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확실한 거버넌스 능력이 확보되어야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중국에서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산업 중 하나가 바로 국유산업이다. 중공업 분야의 국유기업들은 부패와 비효율에 젖어 있고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했다. 중국이 국유기업을 개혁하고 거버넌스 능력을 발전시킬 때 중국은 환경 문제에 있어 한 걸음 도약하게 된다. 두 번째로, 환경보호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아니라 중국식 녹색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재 최악의 대기오염 문제로 인해 오히려 환경 산업에는 황금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이러한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환경 관련 산업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또다른 기회를 잡게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 사회에서 구체적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 일본 등 인접국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전세계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을 제외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많은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물론 10~20년 전에는 환경 문제를 무시하고 경제 성장에만 목을 매는 중국 정부에 대해 비판을 가했으나, 여러 자성적 목소리가 터져나오며 중국의 환경 문제가 자국과 전혀 관련이 없지 않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여러 나라들이 중국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은 열린 태도로 국제적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있어 유익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문제에 중국이 적지 않은 원인을 제공하고 있었고,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국내 언론에서는 자세히 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만을 바라보고 환경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 노력의 결과가 아직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쭉 지켜봐야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포기해가면서까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과감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책에서 소개된 독일의 엠셔 공원 프로젝트 등을 통해 우리나라도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독일의 환경 오염의 주요 근원지였던 루르 지역은 '국제건축박람회 엠셔 조경공원 프로젝트'를 통해 효과적으로 생태를 복원했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생태성, 모든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를 강조하고, 산업유산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한 점이다. 이처럼 민간과의 협력과 참여의 유도를 통해 오염된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음에 놀라웠다. 우리나라도 서울숲 조성 등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여러 해외 성공사례에서 배울 점을 찾아 국내의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세먼지 문제, 중국의 환경 정책, 환경 분야에서의 국제협력과 거버넌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