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하니케어님이 제 줄무늬 양말을 보고 달아주신 댓글에 그런 내용이 있었어요.
횡단보도를 지나가면서 따님이 그렇게 일러주었대요. 이거 얼룩말이야.
그리고 어떤 날에는 이렇게도 묻는다고. 첫눈은 있는데 왜 첫비는 없어? (이 댓글에 저는 터무니없이 성의 없는 답글을 달았었더라구요. 나중에 보니까 ㅎㅎ 얼굴 빨개졌어요 저.)
오늘 밤에는 귀여운 아이 생각을 하고 싶어서요. (실은 오래 전에 떠난 저희 강아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애 이름이 아가였거든요. '나는 아름답다'라는 뜻으로 아가,였죠)
오늘 보니,
이 방명록은 저 유명한 지읏모 양과, 별볼일없는 키읔모 양이 점령하고 있군요. ㅋㅋ
여전히 바쁘신지,
여전히 견디는 중인신지,
커피는 즐겨 마시고 다니시는지, ㅋㅋ
궁금합니다.
오늘은 저 북극인지 남극인지, 물개인지 물개가 아닌지, 하는 애를 보고 빙그레 웃었어요.
빙그레 웃고만 그냥 나가기는 멋쩍어, 몇 자 적습니다.
지난 늦겨울에 제가 쓴 방명록을 읽노라니,
시간은 무던히, 그러나 '무던'하다는 표현이 무색하리만큼 '빠르게' 흘러가건만,
저의 생활이란, 저의 일상 속 상상력이란
영 그 자리를 벗지 못하는구나, 싶군요. 여전히 저질체력에 여전히 먹고사느라 허우적대는.
뭐, 그런 거지, 하고 체념하는 심성도 여전....하고.
그래도 뭐 변화만이 좋은 것은 아닐 테니까, 하고 핑계대는 것도 여전... -3-3-3
겨울이 오네요. 한두 번 겪은 겨울도 아니건만 두렵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봅니다.
저 위 하얀 물개처럼(수염은 떨고 있지? ㅡ.ㅡ).
바쁘셔도, 정신없어도, 건강은 꼭 잘 쟁기시고요.
아직도 추워요. 그래서 오늘 오후 지나 저녁 들 무렵엔 살짝 화가 났어요.
너무하잖아, 싶더라고요. 불어오는 칼바람이요. 오늘 서울의 강북 지역에 갈 일이 있었어요.
말하자면 고려대학교라는 곳에 볼일이 있어 잠깐 가야 했는데,
갈 때, 기다릴 때, 돌아올 때, 모두모두 찬바람과 함께였죠.
나름 초봄 차림 아이템으로 준비해둔 마이 속으로 바람이 인정사정없이 쳐들어오고,
가방은 점점 무겁고, 한 시간가량을 서서 가야 하는 전철엔 자리가 없고.
괜실히 겨울을 탓하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오자마자 털썩 주저앉았어요.
이젠 체력이 '고갈'되고, 정말이지 그건 꼭 밧데리 나가는 것과 비슷해서
저녁에 몇 시간을 꼬박 뜨끈뜨끈한 전기장판에서 허리와 배를 지지며 '충전'을 해야 했다죠.
얼른 오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봄이요.
아마 이건 오늘 오후부터는 풀린다, 던 일기예보만 믿은 나에 대한 실망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이 방은 신초록이네요. 사월보다는 왠지 오월 느낌이지마는.
조 원근법에 충실한 길 끝에 저것은 흰 벽인 것인가, 또 다른 길인 것인가, 문인 것인가,
문에 비친 빛인 것인가, 조금 조아리다가, 그냥 문득 오늘은 몇 마디라도 말 걸고 나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적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챙기시고, 에또 오는 봄 즐겁게 맞으시길.
저는, 올 봄에 무지 바쁠 것 같아요.뭔가를 결정했는데, 아마 그 결정 때문에 괜히 찬바람 타령하며
꼬라지를 내는지도 몰라요. 엄마는 우리집에만 오면 죽어버리는 작으마한 구피 물고기에게
애정과 슬픔과 원망을 쏟고, 나는 아직도 추운 우리집에 애정과 슬픔과 원망을....헤헤. 오야쓰미나사이.
하스킬과 그뤼미오의 협연은 테이블 뮤직으로 최상임이 확인되었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한동안 당기는 테이블 뮤직이 없어서 1박 2일 같은 거 다운 받아서 보며 밥 먹었었거든요. 이리하여 하니케어 님은 저의 밥상에 본의 아니게 크나큰 기여를 하게 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엥? 뭐. ㅎㅎ
전 술과 밥과 자유요.